K-교회, 이민자들의 슬픈 도피성

떠난 자들, 남은 자들 - 이민교회의 십자가

by 고요정

떠난 자들, 남은 자들 - 이민교회의 십자가


교회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미국 이민교회에서 일어났던 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붙들어야 할 믿음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화려했던 시작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한국 교회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대형교회들은 그 영향력을 해외로 확장하며 미국 곳곳에 지교회를 세웠습니다. 선교와 복음 전파라는 거룩한 이름 아래, 많은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목회자들의 자녀들이 유학길에 올랐고, 교회의 핵심 직분자들이 사업 확장과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행을 선택했습니다. 본교회의 든든한 재정 지원 속에서 미국 대도시에는 순식간에 큰 교회 건물들이 들어섰습니다.


그 화려함 뒤편에는, 수십 년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작은 미자립 교회들이 있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부족한 재정 속에서도 이민자들의 영혼을 돌보던 그 교회들이야말로 이민교회의 진짜 얼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화려한 성장의 함성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떠난 자들


세상은 영원한 것이 없습니다. 한국 사회가 대형교회의 문제들을 지적하기 시작했고, 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복음이 서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것들이 자리 잡았을 때, 하나님의 마음은 아파하셨을 것입니다.


그때부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본교회들이 하나둘씩 미국 지교회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던 후원이 끊어졌습니다.


목회자의 자녀들이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들이 떠나자 목회자들도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본교회와의 관계 속에서 자리를 유지해야 했던 직분자들도 차례로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가까이서 얼굴을 보이고,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그들에게 귀국은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건축헌금으로 모였던 돈, 선교 헌금으로 드려졌던 정성들이 제대로 쓰이지 못한 채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한때 수백 명이 모이던 교회당은 텅 비었고, 교회는 깨지고 흩어졌습니다.


그들은 떠났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유럽에서, 여전히 화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남은 자들


이 글의 목적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교회의 잘못을 폭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나 스스로가 교회가 되려는 기도입니다.


그 모든 변화 속에서, 묵묵히 남아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기도는 어디에 담겨 있었을까요?


새벽같이 일어나 공장으로, 식당으로, 청소 현장으로 향하는 이민 노동자들. 영어가 서툴러도, 학벌이 없어도, 넉넉한 재정이 없어도, 그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교회를 섬겨온 사람들. 그들이 바로 남은 자들입니다.


교회를 잃어버린 그들은 이제 다시 영혼의 안식처를 찾아 이 교회 저 교회를 옮겨 다닙니다. 한때 드렸던 헌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자신들의 기도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예배할 곳을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그 고단한 발걸음 속에도 믿음은 살아 있습니다. 투박한 손으로 드리는 헌금, 무릎 꿇고 드리는 새벽 기도, 서툰 찬양 속에도 주님을 향한 순수한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


대형교회의 목회자가 주님보다 높은 자리에 앉게 된 것은 누구 때문일까요? 결국 그렇게 대접하고, 그렇게 떠받들었던 성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어디를 향해야 합니까? 화려한 건물입니까? 유명한 목회자입니까? 많은 숫자입니까?


아닙니다. 우리의 믿음은 오직 십자가를 향해야 합니다.


십자가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합니다. 박사 학위도, 헌금 액수도, 직분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직 회개하는 마음, 겸손히 엎드리는 자세, 주님을 닮아가려는 간절함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진짜 이민교회를 향하여


진정한 이민교회는 화려함 속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십자가 사랑에 감사하며 교회를 섬기는 평범한 이민자들이 세워가는 곳입니다.


삶이 넉넉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작은 건물에서 예배드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 주님이 계시는가, 그곳에서 십자가의 복음이 선포되는가입니다.


투박하지만 진실한 손길들이 있습니다. 고개 숙이고 무릎 꿇은 성도들이 있습니다. 세상의 인정을 구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을 닮아가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들이 진정으로 위로받아야 할 이민교회의 주인공들입니다.


맺는말


떠난 자들에게는 각자의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심판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몫입니다.


하지만 남은 자들에게는 책임이 있습니다. 다시는 사람을 하나님보다 높이지 않을 책임, 십자가 복음을 순수하게 지켜갈 책임, 교회를 주님의 몸으로 섬길 책임이 있습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섬기는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이민의 삶이 주는 고단함 속에서도, 우리의 시선을 세상의 화려함이 아닌 십자가를 향하게 하는 교회. 겸손과 섬김이 살아 숨 쉬는 교회. 약한 자들이 위로받고, 상한 자들이 치유받는 교회.


그것이 진정한 이민교회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교회를 세워가는 것은 바로 오늘도 묵묵히 남아, 십자가를 붙들고 기도하는 *나*로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2026/01/28. 브런치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