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요리하는 쉐프

[프롤로그]

by 고요정


타인의 휴가를 요리하던 시간, 이제 나를 위한 불을 켭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The Happiest Place on Earth), 디즈니.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와 퍼레이드에 환호성이 터질 때, 제가 서 있던 곳은 그 빛이 닿지 않는 주방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많은 가족들, 그리고 대중의 시선을 피해 오직 '완벽한 쉼'을 찾아 숨어든 최고의 스타들. 그들이 누리는 평온한 휴가는 누군가의 치열한 24시간으로 만들어집니다. 저는 그 거대한 환상의 세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톱니바퀴, 셰프였습니다.

접시 위에는 티끌 하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단꿈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주방의 불은 밤새 꺼지지 않았고 칼날은 늘 날카롭게 서 있어야 했습니다. 화려한 리조트의 장막 뒤편, 땀과 열기로 가득 찬 그곳이 저의 무대였습니다.

그렇게 9년, 남들의 휴식을 위해 내 모든 시간을 썰고 볶으며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끓어오르는 스튜 냄비 앞에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모두가 쉬러 오는 이곳에서, 정작 나는 언제 쉴 수 있는 걸까?"

타인을 위해 맛을 내는 일은 이제 충분했습니다. 화려한 유니폼과 무거운 앞치마를 벗던 날, 비로소 제 인생에도 '휴가'가 찾아왔습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VIP를 위한 코스 요리를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나를 위해 따뜻한 밥을 짓고, 투박하지만 정직한 제철 재료들을 다듬습니다.

이 글은 세상에서 가장 시끄럽고 바쁜 주방을 떠나, 가장 고요하고 편안한 나만의 식탁으로 돌아온 여정의 기록입니다. 인생의 쓴맛, 단맛, 그리고 짠맛을 모두 겪어낸 은퇴한 셰프의 부엌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제, 주문받지 않은 나만의 요리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