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가 떠난 자리, 비로소 진짜 내가 되다
이별의 예감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슬픔이나 두려움이 아닌, 잘 익은 과일이 나무에서 툭 떨어지듯 자연스러운 때가 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플로리다의 맑은 새벽, 어린 왕자가 내 마음의 정원 울타리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평소처럼 노란 머플러를 휘날리며 웃고 있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이제 B-612호, 그의 작고 소중한 별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을.
"이제 가야 해요. 내 장미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유리 덮개를 씌워주지 않아서 밤바람에 떨고 있을지도 몰라요."
나는 붙잡지 않았다. 대신 담담하게 물었다.
"네가 가면, 나는 다시 외로워질까?"
어린 왕자는 고개를 저으며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니요, 아줌마. 아줌마는 이제 혼자가 아니에요. 마음속에 깊은 우물을 파는 법을 알았잖아요. 그리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5억 개의 방울 소리가 들릴 거고요. 무엇보다..."
그가 내 발치에 앉아있는 심바를, 그리고 내 곁에 선 '나의 뮤즈'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아줌마의 뮤즈는 이제 어둠 속에 숨지 않잖아요. 스스로 빛을 내는 법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렇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나의 뮤즈는 검은 베일을 쓰고 골방에 웅크려 있었다. 누군가 와서 구원해 주기를, 혹은 내 슬픔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이 작은 여행자와 함께 햇볕 아래서 걷고, 폭풍우를 견디고, 가시를 보듬는 동안 나는 깨달았다.
빛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켜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가, 어린 왕자야. 내 정원에 와줘서 고마웠어."
어린 왕자가 샛별처럼 반짝, 하더니 새벽빛 속으로 사라졌다.
텅 빈 정원. 하지만 공허하지 않다.
그가 떠난 자리에 아침 햇살이 가득 차오르고, 심바가 내 손을 핥으며 온기를 전한다.
나는 책상 앞에 앉는다.
스탠드 불빛도, 우울한 음악도 필요 없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플로리다의 찬란한 햇볕이면 충분하다.
나의 뮤즈가 베일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내게 속삭인다.
"자, 이제 진짜 우리만의 이야기를 써볼까?"
나는 펜을 든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빛을 나누는 글.
슬픔의 늪이 아닌, 기쁨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투명하고 단단한 문장들.
어린 왕자는 떠났지만, 나는 남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혼자서도 충분히 빛난다.
이것은 나의 긴 투쟁기이자, 가장 행복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