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네 번의 노을을 함께 보며

저물어가는 것들이 남기는 가장 화려한 색

by 고요정


플로리다의 서쪽 하늘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낮 동안 쨍하게 내리쬐던 태양이 바다 너머로 몸을 누이는 시간. 세상의 모든 색채가 오렌지빛, 보랏빛, 그리고 짙은 남색으로 섞이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어린 왕자가 마당에 놓인 의자를 해가 지는 방향으로 조금 끌어당기며 말했다.

"아줌마, 그거 알아요? 어느 날 나는 해가 지는 걸 마흔네 번이나 보았어요. 몹시 슬플 때는 해지는 모습이 좋거든요."

나의 뮤즈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되물었다.

"그래서 지금 슬프니?"

어린 왕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지금은 슬프지 않아요. 그냥 아줌마랑 같이 보고 싶어서요."

나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며 생각했다.

젊은 날의 나는 노을이 싫었다. 해가 지면 어둠이 온다는 것이 두려웠고, 하루가 또 허무하게 끝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 그때의 나에게 노을은 '끝'을 알리는 서글픈 신호등이었다.

하지만 예순이 넘고, 치열했던 일터에서 은퇴한 지금, 나는 안다.

노을은 해가 사라지는 시간이 아니라, 해가 하루 중 가장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 시간이라는 것을.

"어린 왕자야, 나는 이제 노을이 슬프지 않단다."

내가 말했다.

"저 태양을 봐. 온종일 세상을 비추느라 얼마나 뜨거웠겠니. 내가 9년 동안 주방에서 땀 흘리며 일했던 것처럼, 저 해도 쉴 시간이 필요한 거야. 그러니 저 붉은색은 슬픔의 색이 아니라,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라고 스스로에게 주는 훈장 같은 거란다."

내 곁의 뮤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더 이상 저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게. 젊음이 한낮의 쨍한 햇살이라면, 늙음은 저 노을 같아. 뜨거움은 사라졌지만 훨씬 더 다채롭고 우아하잖아. 나는 지금의 내가 좋아."

우리는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심바는 내 발등에 턱을 괴고, 어린 왕자는 다리를 흔들거리며, 뮤즈는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마흔네 번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하늘이 짙은 남색으로 완전히 덮일 때까지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켰다.

사라지는 것은 슬픈 게 아니다.

아름답게 물러나는 것이다.

나의 인생도 저 저녁놀처럼, 마지막 순간에 가장 따뜻한 색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를.

별 하나가 툭, 하고 켜졌다.

이제 밤을 맞이할 준비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