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쓰는 글, 마음으로 긷는 글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플로리다의 태양은 더 뜨겁게 대지를 달구었다.
평온은 되찾았지만, 나의 뮤즈는 백지 앞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 건조해."
뮤즈가 빈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불평했다.
"행복은 너무 뽀송뽀송해서 문제야. 글이라는 건 좀 축축하고 젖어 있어야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데. 잉크가 번질 만큼 눈물이 좀 나야 하는데, 지금 내 마음은 바싹 마른 모래사막 같아."
그녀는 행복한 일상이 작가의 영혼을 메마르게 한다고 믿고 있었다. 차라리 다시 우울의 늪으로 들어가 억지로라도 눈물을 짜내야 할까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때, 모래놀이를 하던 어린 왕자가 툭, 말을 던졌다.
"아줌마, 사막이 왜 아름다운지 알아요?"
"글쎄, 광활하고 쓸쓸해서?"
내가 대답하자 어린 왕자는 고개를 저으며 신비로운 표정을 지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 말에 뮤즈의 손이 멈췄다.
"우물...?"
"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깊은 땅속에 흐르는 아주 시원한 물이요. 겉보기에 사막은 메말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생명이 숨겨져 있거든요. 사람들은 그걸 찾으려고 사막을 건너는 거예요."
순간,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는 듯했다.
나는 그동안 **'눈물'**로 글을 쓰려했다. 눈물은 겉으로 드러나는 짠물이다.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이 마른 바닷물과 같다. 슬픔을 쥐어짜 쓴 글은 당장은 감정적 일지 몰라도, 결국 쓰는 나도 읽는 사람도 탈진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물'**은 다르다.
우물물은 깊은 땅속, 나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고요히 고여 있는 지혜와 통찰의 물이다.
그것은 겉으로 울고불고하지 않아도, 고요한 명상과 사색을 통해 길어 올릴 수 있는 **'생명의 물'**이다.
"그렇구나."
내가 뮤즈에게 속삭였다.
"우리는 이제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깊게 파고들어야 해. 마음이 건조한 게 아니야. 우리가 아직 우물까지 닿지 못한 거야."
뮤즈는 쥐고 있던 손수건을 내려놓았다. 대신 호미를 들듯 펜을 고쳐 잡았다.
행복하고 평온한 상태에서도 글을 쓸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마음이 고요해야만 흙탕물이 가라앉고 맑은 우물물을 길어 올릴 수 있다.
나는 눈을 감고 내 안의 사막을 걷는다.
더 깊이, 더 고요히.
그곳에 분명 나만의 우물이 있다. 슬픔보다 더 깊은 맛을 내는, 달고 시원한 영감의 물이.
오늘 나는 눈물 한 방울 없이도, 가장 촉촉한 문장을 길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