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실화인가
9월 8일
걷기 운동하다가 심한 방사통으로 침상안정에 들어간지 2주하고 4일째. 요 며칠 방사통이 조금씩 잦아들어 오늘은 10분씩 2차례에 걸쳐 걸었다. 하루는 아직 창창한 이 나이에 벌써 탈이 나서 내 인생을 쥐고 흔드는 허리가 원망스럽다. 또 하루는 그래도 이렇게나 버텨주고 걸을 수 있게 해주는 허리에게 고맙다.
미우나 고우나 나와 같이 가야할 내 허리다.
이렇게나 감사한 마음을 품었었는데 몇 주전부터 어깨와 목에서 저리고 찌릿한 통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을 잘못 자서 그런가? 근육통인가? 하고 열심히 스트레칭 해줬지만 며칠 괜찮다가 다시 저릿함과 짜릿함이 번갈아 찾아왔다. 허리디스크 환자들에게 목디스크가 같이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여 무서워졌다. 정선근 교수의 <백년목>을 바로 구입했다. 책에서 목디스크의 증상을 찾아보니 내 증상과 들어맞는것 같다. 목과 목주변은 뻐근하고 팔뚝, 심한날에는 팔꿈치 아래까지 찌릿찌릿, 저릿저릿하다. 정말 목디스크라고.......?
어이가 없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고 등줄기에 땀이 흐르면서 무섭고 땅이 저 아래로 꺼지는 거 같다. 이제서야 멘탈 간신히 부여잡고 이제서야 허리디스크와 어떻게 같이 가야하는지 좀 알 것 같은데 목디스크라니..... 정확한건 MRI를 찍어봐야 알겠지만 목디스크라고 알고 있는게 마음이 편할 듯하다.
가뜩이나 감정기복이 심한 내가 멘탈이 강하지 못한 내가 허리와 목과 싸우고 있는 내가 안쓰럽다.
다음달에는 그리고 그 다음달에는 오늘의 나보다 평온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9월 14일
허리디스크로 침상안정을 시작한 이후로 누워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넷플릭스, 유튜브, 책읽기 정도 될까. 그래서인지 살면서 읽을 책들을 요근래 다 읽는 기분이다.
일하면서는 3~4개월에 한 권씩 읽었을 책을 쉬고 있으니 끊기지 않고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누워서 읽는 독서에도 치명적인 단점은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어깨도 팔도 아파온다는 것. 단점을 발견하고 누워서 책을 들지 않고도 읽을 수 있는 책 거치대를 구입했다. 책 거치대를 처음 사용해본 날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책을 들지 않고 읽을 수 있는데 심지어 글씨가 잘보여...!
그렇게 잇템을 찾았다며 신나하며 이제 허리만 잘 돌보면 되겠다 했었다. 몇 주가 지났고 정말 이상하게도 아팠던 목은 나을 낌새 조차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됐다.
목디스크 관련된 카페 여기저기 물어보니 책 거치대가 목디스크에 안좋단다. 정확히 말하면 누워서 오랫동안 한 자세로 있는 것 자체가 목에 산소 공급이 안되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한다. 물론 전문가가 하는 말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허리디스크와 목을 맞바꾼 것 같다.
결국 내 손으로 목을 망가뜨린 거다. 무지에선 온 결과랄까...
참 어이가 없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