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두두 Mar 04. 2024

글을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

만고의 진리. 그냥 쓰면 된다.

나는 게으르다. 몇 년 동안이나 나는 완벽주의자인 성향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환경을 탓하며 핑계를 댔다. 하지만 더 잘해보기 위해 읽어 나간 여러 책들을 덮고 나니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정말 게으르다.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 말을 잘할 수는 있는데 글을 쓰기가 어렵다. 글 써서 먹고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꾸준히 쓰는 것이 버겁다. '공모전에 글을 내 볼까요?' 하고 타로점을 보기도 했다. 그분이 콕 집어 얘기하셨다. '지금 노력하는 것에 비해서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네.' 그러나 앞으로를 얘기해 주는 카드가 황제 카드가 나왔다. '될 거니 일단 글부터 계속 써 봐.' 하지만 나는 그날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쓰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들까? 반대로 그럼 나는 언제 글을 쓰는 게 힘들지 않고 즐거웠을까? 첫 번째, 한적한 곳으로 이사와 키우기 시작한 닭들에 대해서 기록을 남길 때 참 재미있었다. 달걀 부화부터 병아리의 탄생과 성장, 닭들의 관계사, 야생 삯의 침입 등 시간과 함께 글감이 넘쳐났다.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풀어나가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두 번째, 아이들과 집에서 한 생각수업에 대해 기록을 남길 때 보람이라는 걸 느꼈다. 아이들과 다양한 생각 나누기를 하고 그 아이들의 발상에 감탄하게 된 포인트들을 적다 보니 새삼 아이들이 더 사랑스러워졌다. 글쓰기가 즐거웠던 세 번째, 학부모 동아리 회원들과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했던 것을  기록으로 남길 때였다.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그 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아서 시작했다. 기억을 더듬어가며 기어코 글로 남기리라 했던 의지가 대단했던 적이 그때만큼 또 있었을까 싶다. 


쓰다 보니 글쓰기가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웠던 적이 분명히 있었다. '이건 꼭 기록을 남겨야겠어!'라는 마음이 들 때였다. 꼭 책을 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 글로 돈 벌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마음이 기억하고 남기고 싶었다.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경험한 것이 행복해서였다. 그렇게 내가 행복한 순간에 존재하고 있음을 스스로가 쓴 글을 다시 보면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렇다면 요즘 나는 왜 글쓰기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을까. 도대체 무슨 소재로 써야 하는지 왜 생각나지 않았을까. 어쩌다가 '아, 이거 글로 써야 되겠다.' 하고서도 생각으로 흘려보냈을까. 따지고 보면 집중할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재미있는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이것도 이유를 생각해 보면 첫째, 블로그나 브런치에 써야 할 주제가 있다. 그 이전에 쓰기로 했던 혹은 쓰고 있었던 연재 주제라든지 카테고리가 있는데 지금은 그것을 쓰고 싶지 않아서이다. 둘째, 내가 아는 사람들이 나의 구독자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던 내가 지인이 나의 이웃이거나 구독자임을 알았을 때 글을 쓰기가 망설여졌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명확해졌다. 첫째, 마음대로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카테고리도 중요하고 구독자와의 약속인 연재도 의미 있지만, 일단 당분간은 30분 매일 글쓰기의 리드문을 소재 삼아 그날의 생각을 기록하기로 한다. 스티브 잡스가 나 자신을 믿고 지금에 충실하면 결국 모든 점들이 연결된다고 한 연설문을 다시 되새겨본다. 이 글들도 쌓이면 어느 한 키워드로 연결될 것이다. 둘째,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글이라면 누가 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가 쓴 글이 타인에게 투자 사기나 어떤 범죄에 악용되는 단초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아 말이 너무 무서운가. 소소하게나마 의미가 되고 미소를 띨 수 있는 정도만 된다면 그걸로 괜찮지 않을까.  


만고의 진리. '그냥 쓰면 된다. 계속 쓰면 된다.'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오늘은 그냥 썼다. 쓰고 보니 또 나름 괜찮다며 스스로에게 칭찬을 건넨다. 이렇게 하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시를 썼는데 그냥 시 같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