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 장마철 납량특집
중국 수나라 시대에 있었던 저주의 한 종류. 술사가 고양이를 교살하여 49일 동안 12 간지 중 자(子) 들어있는 날에 제사를 지내 모시면 그 고양이는 귀신이 된다. 그 귀신을 묘귀라고 하며 술사는 묘귀를 다루어 타인을 해칠 수 있다. 저주의 방법이 지독한 고독의 한 종류로 수나라 개황 8년 묘귀를 금지시켰다.
<수서隋書>, <북사北史>
도시 변두리 오래된 복덕방. 그 흔한 공인중개사 간판하나 없는 동네에 낡은 신명조로 ‘복덕방’ 세 글자만 쓰여있다. 세월을 보여주듯 바닥에 닿을듯한 소파와 낡은 나무 테이블 위에 초록 천과 유리판이 덮여있고 구석에는 장구, 북, 꽹과리 등이 널려있다. 취미로 사물놀이를 하나? 복덕방 아저씨의 전문성에 도움이 될만한 것은 하나 없는 곳이다. 중년의 복덕방 사장은 본인의 몸만큼이나 육중한 목소리로 열변을 토한다. 튀긴 침들이 유리판에 매치며 나도 이 동네에 침처럼 고여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
“어휴, 아가씨 요즘 수도권에 이 정도 가격에 나오는 방은 없다니까?”
중년의 복덕방 사장이 본인의 몸만큼이나 육중한 목소리로 열변을 토한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의 구축 빌라 도심과 거리가 좀 있긴 하지만 요즘 미친 듯이 날뛰는 대한민국 부동산 평균 시세 치고는 너무 싸서 꺼려지는 금액이다. 뭐든 원래는 어려울 일들이 쉽게 얻어지거나 너무 쉬운 조건으로 주어지면 의심이 되는 법이다. 사회생활은 이번에 취업하며 이제 시작이라 세상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지만 대학 졸업 후 약 5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얻은 교훈은 나에게 가치 있는 것들은 쉽게 얻어지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시험은 낙방해서 이 멀리까지 타향살이를 하러 왔지만 말이다.
“월세랑 보증금이 너무 싼데 설마 여기 귀신 나오거나 사람 죽은 집 아니에요?”
“참 젊은 사람이 실없기는 사람이 달나라도 가는 세상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그럼 이렇게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뭔데요?”
“까탈스럽네 이 아가씨 참.. 별 것은 아니고 그 옆집에 무당이 하나 살아서 그래. 예전에는 제법 용하다고 날렸던 모양인데 지금은 그냥 뒷방 노인네 신세야 그냥 무시해도 돼.”
“아..”
“뭐 떨어진 신빨 살린다고 몇 년 전 중국까지 다녀와서 뭔가 한 모양인데.. 하지만 별 볼 일 없었던 모양이야. 사람들 괜히 이런 일이면 쉬쉬하는 것 있잖아. 그래서 집값이 좀 저렴해.”
수험생활의 후유증처럼 남은 까칠함이 가시처럼 돋아 괜히 복덕방 사장을 찌른다. 결국 답답한 내 상황에 대한 가시 돋침이다. 긴 공무원 수험생 생활로 모아놓은 돈은 없고, 가까스로 취업한 회사에 출근은 코앞인 상황이다. 무려 한 달을 헤매다 이 동네까지 도착했다. 더 이상 갈 곳도 없고 지금 상황에서 그깟 무당 이웃이 대수인가. 찝찝함을 뒤로하고 결국 임대차 계약서 도장을 찍는다. 하지만 떨쳐내지 못한 불안감처럼 인주가 끈적이며 눌어붙는다. 집은 마을 변두리에 C자형 동산 한가운데 있었다. 마치 동산이 성벽처럼 집을 보호하는 느낌도 있지만 해가 기울어 그늘이 지는 시간에는 어둑어둑한 굴 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복덕방 아저씨의 말처럼 무당이 살긴 하는지 빌라의 입구에 어울리지 않게 깃발이 형형색색 휘날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 이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빌라였다. 특이점이라 하면 화려한 무당 깃발에 비해 페인트칠이 좀 벗겨졌다 정도? 출퇴근길을 오가며 가끔 마주쳤던 소문의 무당도 평범한 중년의 아주머니 그 이상 그 이하고 아니었다. 다만 눈 밑에 짙은 곰팡이처럼 피어난 그늘이 약간의 기괴함을 느끼게 하며, 가끔 굴 같은 빌라의 그늘을 보며 안광을 빛내는 모습이 평범한 뉘앙스의 사람은 아니라는 정도이다. 싼 집값으로 생긴 찝찝함은 그냥 처음 타지로 나와 생긴 기우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사 온 지 한 달이나 되었을까? 걱정과 다르게 평범하던 생활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밤마다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잠을 청하려 잠자리에 들면 ‘드르륵드르륵‘ 무언가 긁어내는 듯한 소리가 나를 괴롭혔다. 나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거친 소음은 처음 시작하는 사회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날카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소리의 원인을 찾으려 밤잠을 깨 방에 불을 켜면 소리는 사라지고 집 밖을 둘러봐도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이건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동물이 이빨이나 발톱으로 나무 따위를 긁는 소리 같았다. 혹시나 소리의 원인이 빌라의 다른 집에 있을까도 생각해 이 집 저 집 다 찾아가 따져봤지만 허탕이었다. 빌라에 동물 키우는 사람은 없었기에 원인은 찾을 수 없었고 결국 계속되는 소음은 날 미치게 할 뿐이었다. 근무를 마치고 보름이 넘게 계속 잠을 설쳐 천근만근이 된 몸이 겨우 이끌어 집 앞에 이르렀을 때 무당집에서 나오는 여자와 마주쳤다. 가까이서 보니 잠을 못 자 내 눈밑에 드리운 그늘만큼이나 어두운 그녀의 눈밑의 곰팡이는 광대까지 번져 있는 듯하며, 같은 공간에 있으면 나에게도 옮겨 붙어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느낌이다.
“자네 어디 안 좋은가? 안색이 영 별로인데..”
기운이 좋아 보인다며 다가오는 사이비들은 많이 보았지만,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고 말 걸어오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며칠간 잠 못 이룬 피로가 쌓여 어지간히 박살 난 몰골이라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아.. 요즘 이상한 소리 때문에 잠을 좀 설쳐서요.”
무당은 새로운 장난감을 찾은 아이처럼 눈을 굴리며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리? 혹시 짐승이 뭔가 긁는 것 같은 소리 아닌가?”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신빨 떨어진 지는 오래지만 그래도 무당 짓만 30년이야. 척하면 척이지. 그래도 지금까지 이 집에서 그런 일은 없었는데.. 혹시 자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가 어떻게 되나?”
갑자기 신원을 캐묻는 무당의 태도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녀의 묘한 분위기가 대답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의 곰팡이가 벌써 내 마음에 옮겨 붙은 걸까? 또 그런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 경계할 때가 아니었다. 이미 잠 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어렵게 잡은 직장도 위태로워질 처지였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한다. 신빨 떨어진 무당이어도 이 설명 못할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실낱 같은 희망을 좀 걸어본다.
“1996년 5월 27일생이요. 태어난 시는 오후 11시 4,50분 경이라고 들었어요.”
“병자년(丙子年)에 갑자일(甲子日) 자시(子時) 출생이라. 쥐를 세 마리나 엎고 태어났구먼.”
무당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빌라 주위를 둘러보며 동산의 경계를 살핀다. 한 10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이곳이 마치 굴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나는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곳에 처음 이사 올 때 느꼈던 그대로이기에.
“내가 원래 12 간지 중 자신(子神)을 모시던 사람이야. 그래서 마치 쥐굴 입구 같은 이곳에 터를 잡았고.. 어쩌다 보니 이제 신도 떠나가고 없지만 터의 기세는 있어 꼭 잡것들이 몰려.”
묻지도 않은 이야기에 무당은 무언가 홀린 것처럼 내 방 쪽을 보며 혼잣말을 읊기 시작했다. 사설이 길어질 것 같은 느낌에. 피로감이 몰려오며 짜증이 밀려왔지만 내가 아는 것이 없고 당장에 아쉬운 입장이니 마냥 듣고 있는 수밖에 없다.
“뭐 간단하게 말하면 주인 있는 쥐굴에 갑자기 쥐를 세 마리나 업고 나타난 불청객이 있으니, 쥐새끼들이 쫓아내려 난리를 친다는 거지. 본인들도 원래 내가 모시던 신이 떠난 자리를 차지한 굴러온 돌이면서.”
무당은 한탄하듯 내뱉으며 돌아섰다.
“고양이 한 마리 주워다 줄 터이니 데리고 있어. 그래도 소리가 계속 나면 다시 찾아오고.”
마지막 말을 건네고 무당은 돌아갔다. 이틀정도 지났을까. 무당은 하얀 고양이 한 마리를 가져워 데리고 있으라고 했다. 어디에서 데려왔는지 털은 윤기가 흐르고 눈은 오드아이였다. 여러모로 묘한 느낌을 풍기는 고양이였는데 일반적인 오드아이 고양이는 눈의 색이 초록, 파랑, 혹은 노랑, 파랑 눈이지만 이 고양이는 한쪽 눈이 붉은색이었고, 선혈 같은 눈빛이 고양이의 묘함을 더 돋보이게 했다. 고양이를 받은 후 한 일주일간은 그 소리에서 해방되었다. 옛날에 용한 무당이라고 하더니 역시 알려준 비방이 나름 효과가 있었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잠깐의 해방도 잠시 또다시 시끄러운 소리가 반복되었다. 기존에 나던 소리에 더해 이놈의 고양이가 벽이며 가구며 긁어대는 탓에 미치기 직전이었다. 참다못해 다시 무당을 찾아가 따지듯이 쏘아붙였다.
“저기요! 시키는 대로 고양이를 데리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멈추지 않아요! 오히려 고양이까지 난리를 피우는 탓에 돌아버릴 지경이에요!”
잠을 설친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이래저래 히스테리가 절정에 오른 나와 다르게 무당은 태평한 그 자체였다. 너무 고요한 호수 같아서 큰 바위라도 던져 깨부수고 싶은 평온함이었다. 그 고요한 평온만큼이나 느리게 무당은 입을 떼며,
“어지간히 독한 것이 눌러앉았나 보네. 쯧쯧.”
“핑계 듣자고 찾아온 것 아니고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오라고 하셨으니, 해결책을 좀 달라고요!”
무당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서있었다. 그리고 잠깐만 기다려 보라며 자기 집으로 들어가더니 주섬주섬 무언가 챙겨서 나왔다. 무당이 챙겨 온 물건은 긴 로프와 검은색 향 몇 개와 향로, 그리고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개다리소반이었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원래 쥐들이란 놈들은 고양이를 무서워해서 보통은 피해. 그런데 지금 생각보다 독한 놈이 들어와서 쉽게 나가지 않아. 그래서 지금부터는 극약 처방을 할 거야.”
이번에는 무당의 눈이 데려온 고양의 오드아이만큼이나 기괴하게 반짝였다. 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것은 나의 대한 걱정이나 자신이 알려준 비방의 실패에 대한 염려 같은 것이 아니었다. 마치 먹잇감을 찾은 포식자와 같은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무당이 알려준 방법은 나의 생일과 같이 날짜에 자(子)가 들어 있는 날짜에 준비한 제단을 모셔 놓고, 고양이 목에 줄에 묶어 졸라 죽인 후 49일간 제사를 지내면 죽은 고양이는 묘귀가 되어 터에 자리 잡은 존재를 쫓아낼 것 이러는 말이었다. 살아있는 고양이를 죽여 제사를 지내라니 무당의 안광같이 미친 소리였다.
“원래는 손으로 졸라 죽여야 효력이 더 영험해지는데 많이 봐줘서 줄이라도 구해준 거야. 그게 싫으면 버티고 살든가 아님 다른 집을 알아보든가.”
“하.. 알겠어요. 하면 되잖아요.”
평소의 나였다면 무슨 미친 짓이냐며 무시하고 넘어갔겠지만, 그동안 몸과 정신의 쌓인 피로와 나의 이런 사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통장 사정 따위가 판단을 흐리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子)가 들어 있는 날이 바로 내일이라 빨리 해치워 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가 제단을 미리 꾸리고 잠을 청한다. 작은 개다리소반에 향로 하나 올려놓았을 뿐인데 제법 경건한 느낌을 낸다. 잠이 들려는 찰나 또 긁는 소리가 시작되었고 고양이는 내일이 자기의 마지막 날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오래된 화장대를 긁고 있다. 그래 신나게 설쳐라 내일이면 이 모든 것의 끝이고 해방의 시작이니.
결전의 날이다. 어젯밤 미리 준비한 향로에 무당이 준비해 준 검은 향을 피운다. 연탄처럼 까만 향이 타들어간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으로 타들어가 검게 된 내 마음이 향과 같이 사그라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향을 태운 연기가 방안을 안개처럼 드리웠고 나는 의식을 행하기 전에 준비한 기도로 정성을 올린다. 수험생활을 할 때 합격을 바라는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를. 기도를 마치고 밤새 화장대를 긁다 지쳤는지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고양이에게 다가간다. 들고 있는 로프가 유난히 무겁고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저지를 죄의 무게인가? 아니다. 원래 가치 있고 어려운 일은 무겁고 힘들게 얻어진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이건 내가 얻을 것들을 위한 당연한 부담감이다. 고양이가 혹여나 깰까 밤에 낱알을 훔치는 쥐처럼 조심히 다가간다. 고양이 목에 로프를 걸려는 찰나 두통과 어지럼증이 밀려온다. 속이 메스껍고 몸을 가누기 힘들다. 결국 몸을 방 한가운데 누이고 숨을 몰아 쉬어본다. 그러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정신이 아득해져 갈 때쯤 현관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며 무당과 복덕방 사장이 같이 방으로 들어오는 게 보인다. 의식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보러 왔구나.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이 든다. 그런데 복덕방 사장은 왜 온 거지? 알게 뭐람 의식만 제대로 진행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들은 내 손에 쥐고 있던 로프를 빼앗더니 고양이가 아닌 내 목에 걸고 매달기 시작한다. 나는 쥐덫에 꼬리를 밟힌 쥐처럼 발버둥 쳐본다. 하지만 술에 만취한 것처럼 몸이 점점 늘어져 아무 저항도 할 수 없고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만 뱉을 뿐이다.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 내가 어지러움 때문에 환상을 느끼고 있는 건가? 아니면 진짜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그러나 목을 조여 오는 불쾌한 답답함과 까끌한 로프의 감촉이 꿈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정신이 아득히 사라져 갈 때쯤 밤새 거슬렸던 소음이나 목을 조이는 로프의 느낌보다 보다 더 거북한 그들의 이야기가 귓가로 파고든다.
“내가 떨어진 신빨 살리려고 중국까지 그 지독한 짓을 하고 가서 모시던 쥐새끼까지 먹이고 왔는데 말이야. 이놈의 고양이가 영 힘을 못써.”
무당은 빨래 널듯 무심하게 나를 매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아이고 이미 약발 떨어진 쥐새끼 먹인다고 힘을 쓰겠습니까? 그래도 이번에 제법 실한 먹잇감을 올리니 묘귀도 이제 힘 좀 쓰지 않겠습니까?”
복덕방 사장이 낑낑거리며 무당을 도운 뒤 불씨가 조금 남아있는 향로와 개다리소반을 챙기며 말을 더한다.
“묘귀란 것이 워낙 변덕스러우니 지켜봐야지. 신빨이라도 살아나야 자네도 나를 따라다니며 악사 짓이라도 더 해 먹지 않겠나?”
아득해져 가는 정신의 끝자락에서 내 의미 없는 발버둥도 끝을 보이고 있다. 자다 깬 고양이만이 고양이 낚싯대 가지고 놀 듯이 허공에서 서서히 움직임이 사라져 가는 내 발을 툭툭 건드리며 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