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5월 1일, 후련한 마음으로 전주로 향했다.
오랜만에 타는 기차에 설레었고,
전주역으로 나오자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기대됐고,
전주의 한가운데로 가는 발걸음이 그토록 가벼웠다.
코로나로 2년 동안 멈추었던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렸다.
매번 회사의 일 때문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지 못했던 전주국제영화제를 올해 드디어 방문했다.
영화의 거리는 사람으로 북적였고,
다들 한껏 들떠 보였다.
코로나로 침체되어 있던 분위기에
사람들이 얼마나 답답해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3-4년쯤 방문한 영화의 거리는 썰렁했는데
이번에 바라본 영화의 거리는
북적이고 생기 넘치는 사람들의 파티장 같았다.
곳곳에는 전주국제영화제 굿즈인
에코백을 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고
영화관 앞에서는 행사를 하고 있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영화의 거리는 붉은 물결이 너울 됐다.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이룬 전주국제영화제.
그 속에서
나는 내가 선택한 첫 번째 영화 '비밀의 언덕'을 보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자리에 앉아
오래도록 박수를 쳤다.
내가 영화제에 가면 가장 좋아하는 부분.
동네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사람들은 모두 영화관을 빠져나간다.
하지만 나는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고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어떤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는지
잠시나마 새기고자 한다.
영화관은 또 다른 영화를 준비해야 하기에
빠르게 빠져나갈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난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한 이들의 이름을
한 번씩은 제대로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영화제에서 주로 마음껏 표출된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가장 열렬하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그 마음을 있는 힘껏 풀어냈다.
예전처럼 시간에 쫓기듯이 영화를 보지 않는다.
이제는 하루에 한 편 내지 두 편정도만 본다.
감독이, 배우들이, 영화를 만드는 모든 이들이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들이 나에게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반드시 알아가고 말겠다는 마음으로.
쫓기듯이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을.
과거의 나는 무엇에 그토록 쫓기며
영화를 보았을까.
그 당시의 나는 무엇이 무서워
밥도 굶어가며 영화에 빠져들기만을 원했을까.
올해의 전주국제영화제는 나에게 있어
2박 3일의 찬란한 꿈같았다.
온전한 휴식이 허락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