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지름을 도와드립니다. 5편
취향의 고백
나는 다행히 가리는 음식이 없다. 기회가 없어서 경험해보지 못한 음식은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먹어본 뒤에 싫어하거나 먹지 못하는 음식은 없었다. 나에게는 많이 좋아하는 음식과 조금 덜 좋아하는 음식이 있을 뿐이다. 이건 커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움베르토 에코가 말한 커피메이커로 내린 구정물 같은 커피도 맛있는 커피보다 조금 덜 좋아할 뿐이다.
난 커피에 대해서 원두이름을 줄줄 외고 산도와 바디감에 대해 평할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단지 방금 로스팅 해서 갈아낸 원두로 내린 커피의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는 알고 있다. 그리고 커피와 담배를 각성제의 역할로 비교했을 때 담배가 범죄라면 커피는 우아한 취향으로 인정된다는 점이 내가 커피를 사랑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드립 커피는 맛있지만 번거롭다.
그라인딩 하지 않은 원두를 선물로 받은적이 있다. 선물을 버릴 수는 없어서 근처의 커피숍에 물어보니 갈아줄 수 있다고 한다. 서버와 포트, 드리퍼, 필터 등을 장만해서 드립 커피를 내려마시기 시작했다. 막 갈아온 원두를 내려서 마신 커피의 맛은 정말 좋았다. 그런데 이게 참 번거롭다. 원두를 갈아내야 하고 물 온도도 맞춰야 하고 설거지할 것도 많이 나왔다. 그나마 혼자가 아니었다면 덜 억울했을 텐데 혼자 마시자고 이 짓을 하는 게 왠지 미련스러워 보였다. 당장 커피머신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수많은 커피머신들
드립 방식의 커피메이커가 핸드드립보다 나은 점은 자동으로 커피를 내려준다는 것뿐이었다. 설거지도 해야 했고 원두도 갈아야 할 뿐만 아니라 맛도 핸드드립과 비교할 수 없었다. 구매 목록에서 첫 번째로 제외.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가격이 싼 것부터 어마어마하게 비싼 것 까지 다양하다. 원하는 원두를 골라서 마실 수 있고, 맛도 괜찮지만 원두를 갈고 찌꺼기를 비워야 하는 번거로움은 피해갈 수 없었다. 이 번거로움은 그라인더와 자동청소 기능이 포함된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면 해당되지 않지만 머신의 가격대가 높다는 큰 문제가 있다. 이런 번거로움이나 비싼 머신의 비용을 감수할 수 있다면 수동 또는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추천한다. 커피머신의 가격대가 워낙 천차만별이라 특정 제품을 추천하긴 어렵겠다.
캡슐 머신은 해당 머신의 브랜드에 맞는 캡슐을 사용해서 쉽게 커피를 만들 수 있다. 머신 구입 비용과 캡슐의 유지비용이 낮진 않지만 커피의 맛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편리성은 다른 방식이 따라올 수 없었다. 그래서 캡슐 머신으로 결정.
커피머신 방식 정리
커피메이커 (드립방식): 가격과 유지비 모두 싸다. 맛은 원두에 따라 다르지만 기대하기 어렵다.
수동 에스프레소: 가격 저가부터 고가까지. 유지비 싸지만 번거롭다. 맛은 머신과 원두에 따라 달라진다.
자동 에스프레소: 매우 비쌈. 유지비 싸다. 가끔 커피 찌꺼기만 비워주면 된다.
캡슐형 에스프레소: 가격 중간, 유지비 약간 비쌈. 매우 편리함. 맛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된다.
캡슐 머신의 선택
여러 브랜드의 캡슐 머신 중에서 머신의 가격과 유지비용, 맛을 비교해서 네스프레소와 일리 두 가지 종류로 압축했다. 네스프레소는 머신이 예쁘고 캡슐의 종류도 20종 이상으로 다양했다. 매장에서 시음을 해보니 맛도 훌륭했다. (일리는 돈 주고 사서 마셔야 한다.) 네스프레소로 마음이 기울던 중에 미국 일리 홈페이지에서 캡슐 12캔을 사면 캡슐머신 Y1.1 모델을 준다는 프로모션을 보게 되어 일리로 결정하게 되었다. (참고: 일리 미국산 모델은 110V>220V 변압기를 써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었다. 국내 정식 출시된 일리는 유럽산이라 230V인데 우리나라는 220V라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총 구매 비용은 캡슐 12캔과 머신 그리고 관세와 배송비를 포함해서 40만 원 정도 들었다. 일리 홈페이지에서 종종 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하니 구매하실 분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일리 커피 머신의 종류별 특징이 잘 정리된 글이 있어 링크를 첨부한다.
옆집누나 Ran님 블로그: http://goo.gl/c4Z6Qt
2년 동안 사용하면서..
일리 캡슐 머신을 구매한지 2년 정도 지났다. 처음 주문한 12캔을 모두 마시는데 1년이 걸렸으니 한 달에 1캔 (1캔에 캡슐 21개)씩 마셨나 보다. 미디엄과 다크 룽고 이렇게 세 종류를 마셔봤는데 내 취향에는 파란색 룽고가 가장 어울렸다. 여름에 얼음을 넣어서 아이스커피로 마시기에는 룽고가 가장 적당했다. 다크는 탄맛이 괜찮았고 미디엄은 산미가 강했다.
네스프레소는 최근 캡슐 가격이 인하되어서 국내 가격과 해외구매 가격이 별 차이가 없는데 일리는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나는 비싼 일리 캡슐을 미국 홈페이지에서 주문한다. 정기적으로 캡슐을 주문하는 Subscription을 하면 저렴하게 캡슐을 구매할 수 있다.
미국 일리 홈페이지 정기구매 링크: http://goo.gl/6rK3q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