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피 Sep 26. 2015

집에서 무한리필 탄산수 만들기

여러분의 지름을 도와드립니다. 1편

탄산수의 첫 경험

10년쯤 전에 벨기에에서 스파(SPA)라는 생수 브랜드의 탄산수를 마셔보았다. 처음엔 아무런 맛도 없는데다가 탄산이 너무 강해서 목만 아픈걸 왜 마시나 싶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이 탄산수 한 박스를 구해서 마실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억지로 마셨는데 어느새 목이 아픈 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톡 쏘는 목넘김이 좋아져서 그냥 생수는  심심해진 게 아닌가.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또 아무 맛도 없는 탄산수에 과일 시럽을 타서 마시니 맛있기도 했고 콜라나 사이다같이 건강에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스파(SPA)의 탄산수


여담으로 스파라는 생수 브랜드를 알기 전까지는 스파가 온천을 뜻하는 명사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스파는 온천과 광천수로 유명한 벨기에의 동네 이름이었다. 참고로 최근 방영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줄리안네 고향인 리에주 근처에 있는 지역이다. 벨기에의 기억이 몇 년 지나지 않은 거 같은데 벌써 10년이나 지난 일이라니 뭔가 슬프다.



탄산수를 경제적으로 마실수 없을까?

한국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산인 페리에나 초정 광천수정도를 제외하고는 탄산수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롯데칠성의 트레비나 코카콜라의 씨그램을 시작으로 탄산수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작은 용량밖에 없는데다가 지속적으로 마시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거였다. 결국 집에서 마음 편하게 만들어서 마시고 싶은 생각에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 탄산수 초정탄산수(좌), 프랑스산 페리에 (가운데), 롯데칠성 트레비(우)



쉽고 편한 소다스트림의 유혹

탄산수를 만들어 마시는 제일 쉽고 편한 방법은 소다스트림이었다. 초기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제품도 예쁘고 사용하기도 편리해서 좋았다. 문제는 이 소다스트림이 탄산 실린더 충전 가격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사실 소다스트림이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이스라엘 업체인 것도 한 몫 했다.)  그래서 소다스트림에 실린더를 제거하고 커다란 탄산 가스통인 봄베를 직결하거나 실린더를 충전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 방법 역시 소다스트림은 필요하고, 개조하는 비용이나 귀찮음 때문에 바로 포기했다.



탄산 봄베를 이용한 DIY

해외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탄산 봄베에 밸브를 직결해서 탄산수를 만드는 방법을 찾았다. 필요한 건 탄산 봄베(봄베는 호프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맥주 기계 옆에 서있는 파란색 가스통이다.)와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게이지, 고압 호스와 밸브, 아답터, 밸브와 연결되는 병뚜껑이다. 아마존에서 고압 호스와 밸브, 뚜껑을 구매하고 국내 쇼핑몰에서 게이지와 아답터를,  동네 가스충전소에서 5kg 가득 충전되어 있는 봄베를 샀다. 위에서 소다 스트림 실린더 충전 가격이 폭리라고 했는데 소다스트림은  400그램 충전해 주는데 2만 원 이상이다. 반면에 가스충전소 사장님은 5키로 충전해 주시면 5천 원인걸 그마저 2천 원을 깎아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구매한 제품 상세 정보는 아래 별도로 첨부하겠다.

탄산 봄베를 이용한 탄산수 제조 KIT모습. 



탄산수 생활 시작

원래는 집에서 탄산수를 만들어 마실 계획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집보다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엄청나게)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사무실 자리 옆에 탄산수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탄산수를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1. 빈 병에 찬물을 3/4 정도만 채우고 탄산이 들어갈 수 있도록 남은 공기를 눌러 뺀 뒤 뚜껑을 닫는다.
빈 병은 압력을 버틸 수 있는 탄산음료 병이어야 한다. 탄산 음료수의 병은 고압을 버텨야 해서 병 아래가 올록볼록하게 생겼다.
2. 뚜껑과 밸브를 끼우고 게이지의 압력을 40psi정도로 맞춘다. 그리고 탄산수 병을 뒤집어 20~30초 신나게 흔들어주면 탄산수 제조 끝이다.
'볼락(ball lock)'뚜껑과 밸브를 끼운다. 
탄산봄베의 메인 밸브를 먼저 열고 게이지의 밸브를 열어 4kgf로 맞췄다. 압력은 취향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탄산이 들어가는 소리가 안들릴 때 까지 마구 흔들어 준다.
3. 냉장고에 한두 시간 넣어둬서  안정화시킨 뒤에 마시면 탄산이 더 강해진다. 기다리기 귀찮으면 바로 뚜껑 열어서 마셔도 된다.


하루에  500미리짜리 병으로 두세 번 만들어서 마신지 네 달 정도 지났는데 처음 충전한 양의 절반 정도 쓴 거 같다. 초기 비용이 대략 15만 원가량 들었지만 하루에 천 원어치씩 마신다고 치면 곧 본전을 뽑을 예정이다. 그리고 아직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맥주를 집에서 담가먹을 예정인데 1차  발효시킨 맥주에 탄산을 강제로 주입해 주면(줄여서 '강탄' 이라고들 부른다.) 설탕을 넣어서 탄산이 채워지길 기다리는 2차 발효를 하지 않아도 된다.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우선 이것저것 주문해서 조립해야 하는 귀찮음이 가장 큰 문제일 테고 시퍼런 탄산 봄베를 주방에다 놓는다면 인테리어 효과가 심하게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탄산수를 마음껏 만들어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이런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자부한다. 



참고 

위에서 말한 탄산수 제조하는 방법은 '홈 카보네이션(Home Carbonation)'이라 불리는데 구글에서 'Home Carbonated Water'라고 검색해면 많은 정보가 나온다. 

네이버 카페 Enjoy Soda(http://cafe.naver.com/enjoysoda)에서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내 경우 탄산 봄베는 5키로 짜리를 10만 원에 구매했다. 가스충전소 사장님이 나중에  사용하지 않으면 다시 매입해 주신다고 한다. 봄베는 동네마다 있는 가스 충전소에 문의해서 구매할 수 있다. 참고로 탄산가스는 호프집에 유통되는 식용이므로 몸에 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탄산 가스충전소 목록 (뽐뿌 링크): http://goo.gl/4CNPgO


봄베와 연결해서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게이지(조정기)는 탄산용 대신 산소용 게이지를 사용할 수 있다. 탄산용 게이지는 구하기 쉽지 않고 가격이 비싸서 산소용 게이지에 아답터를 끼워서 사용이 가능하다. (봄베는 22mm 규격이고 산소게이지는 23mm라 아답터가 필요하다.)

봄베 <> 산소게이지 아답터(국내 쇼핑몰 구매 링크): http://goo.gl/wsNGNv


산소게이지는 공구상가 또는 오픈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구매한 제품은 크레텍사의 ex-701 모델이고 오픈마켓에서 2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 탄산용은 파란색, 산소용은 녹색이다. 


밸브와 병뚜껑은 아마존에서 배송대행으로  구매했는데 꼭 해당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타이어 구찌를 이용해서 자작하거나 밸브와 고압 호스를 규격에 맞춰서 구매해도 되지만 귀찮음에 그냥 직구를 했다.)

고압 호스와 밸브 (아마존 구매 링크): http://goo.gl/NamFkE
병뚜껑 (아마존 구매 링크): http://goo.gl/oLHvl7
병뚜껑 (알리익스프레스 구매 링크/사이즈가 안맞는 병이 있어서 추천 안함): http://goo.gl/6McAzW


매거진의 이전글 여러분의 지름을 도와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