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감각에세이- 감정이 기억을 물들일때

by 열짱

붉게 물든 손톱이 그 어떤 네일아트보다 영롱하다.

그 위에 투명매니큐어를 칠해주면

자연의 빛깔과 광을 낸듯한 인공미까지 가미해

그렇게 예쁜 손톱일수가 없다.


똑똑 따는 잎사귀,

한줌 뜯어내는 분홍꽃잎 빨강꽃잎.

잘못 뜯어낸 사루비아

빨간 꿀 쪽 빨아낸 사루비아가 섞여들어간다.


툭 ㅡ 툭 ㅡ

돌로 찧는 소리에 짓이겨지는 초록 잎.

빻아진 초록색은 결코 예쁘지않지만

명반이나 백반의 손을 잡는 순간

그 죽이된 까만빛초록은 환상적인 색을 만들어낸다.


노란 고무줄이 너무아프다.

버티다 못해 결국 비닐을 뜯어냈다.

김칫국물 묻은 듯한 어정쩡한 주황색을 보며

좀만 참을걸 하는 생각에

눈물 한방울 찔끔.


학교에 가니

하얀 얼굴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친구가

봉숭아 물든 손을 내민다.

같이 뜯어간 잎과 꽃인데

친구의 손톱은 짙은 붉은빛,

하얀 손과 어우러져 빛을 낸다.


봉숭아 물든 손으로는 절대 다치면 안된다.

잘못 사고라도 나서 수술을 하게 되는 날엔

손톱을 통째로 뽑아야 한다는 말.

김칫국물 색으로 물들어버린 내 손톱

후회의 눈물이 한 번 더 찔끔.


초등학교 2학년

그때의 나.

김칫국색 봉숭아를 물들인 나의 손



#봉숭아 #유년의기억 #여름방학 #초등학교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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