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혜진 Oct 17. 2018

내 인생의 소울 푸드



소울 푸드라는 단어에는 참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추억의 음식', '내 영혼을 담은 음식'이라고 정의해본다면 내 인생의 소울 푸드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라면이다. 난 정말 라면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국물 있는 라면은 물론이고 비빔면이며, 불닭면이며, 육칼이며 거의 모든 종류의 라면을 사랑한다. 요즘은 결혼을 앞두고 급하게 살을 빼려고 라면을 최대한 멀리하려고 하지만, 예전에는 라면을 일주일에 2~3회 이상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엄마는 라면집 하는 남자랑 결혼하라고 얘기했을 정도.


나에게 있어서 최초의 라면에 대한 기억은 초등학교 1~2학년 때 시작된다. 엄마가 처음으로 라면을 끓여서 조금 줘서 먹어봤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힌 거라. 그때 엄마는 면을 물에 담가서 맵지 않게끔 했다. 맛에 대해 1도 모르는 때였지만, 쫄깃하고 꼬불꼬불한 라면이 신기해서 계속 먹고 싶어했던 기억이 난다. 그다음 날이었던가. 엄마가 잠깐 외출을 하러 나가서 집에는 나와 동생만 있었다. 괜히 냉장고를 열어서 뭐가 있는지 구경을 하다가, 어제 먹은 그 라면 반 봉지를 발견했다. 신이 난 나는 반 봉지 남은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키가 닿지 않아서, 끙끙대며 의자 위에 올라가 엄마가 라면 끓이는 모습을 어설프게 흉내 내며. 물론 내 인생의 첫 라면은 실패로 돌아갔다. 물은 한강처럼 많은 데다가 분말 수프도 많지 않고, 무엇보다도 너무 끓여서 면이 여물처럼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생에게 "내가 라면 끓였다!" 자랑하며 라면 끓이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마냥 우습다.


또 다른 소울 푸드라면 감자탕이다. 다른 수많은 감자탕을 먹어봤지만, 엄마가 등뼈 사다가 집에서 끓이는 감자탕이 제일 맛있다. (동원집 감자국보다도 더 맛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치킨이나 등뼈를 발골 수준으로 잘 발라 먹는지라, 등뼈 사이사이에 있는 살을 골라 먹는 재미가 상당하다. 푹 끓여 부드러워진 우거지와 감자까지 다 먹고 난 후,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으면, 어느 진수성찬 부럽지 않다. 술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엄마와 아빠가 감자탕을 안주 삼아 반주하는 모습을 절절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만한 가격에 이런 안주는 없으니!


이 두 음식은 질릴 때까지 먹어도 절대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따뜻한 기억이 담긴 소중한 음식들.


매거진의 이전글 울지 않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