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사람의 사유의 깊이에 놀랄 때가 많다. 저마다의 생각과 사유의 수준을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 짧은 말과 글에서 느껴지는 깊이는 아무래도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것인 양 느껴진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친구는 내가 쓴 죽음에 대한 글과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느낀 생각을 내게 말했다.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루 이틀 한 생각이 아니구나, 그 생각의 깊이가 결코 가볍지 않구나 생각했다. 난 적당한 말을 고르지 못해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 역시 많은 생각에 빠졌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너무도 많고, 세상엔 좋은 글도 너무 많지만 지금도 생각나면 종종 꺼내어 읽어보는 글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는 조휴일(검정치마)의 힙스터 글이다. 이 글은 오빠와 썸 탈 때 조휴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이런 글이 있다고 알려줘서 처음 보게 되었다. 본인의 블로그에 쓴 힙스터에 대한 글은 그 자체로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힙스터' 그 자체에 대한 본인의 사유와 생각이 명확했다.
"고레벨로 가기 위한 힙스터 최후의 생존 게임에서는
힙이란 단어를 쓰는 순간 지기 때문에 (뒤에 '합'을 붙일 때만 제외하고)
오늘 나 같이 힙을 여러번 반복해서 언급한 경우에는
이미 힙스터의 자격을 모두 잃었다고 봐도 된다. (중략)
어려운 싸움이겠지만 '힙'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때
당신은 진정한 힙스터로 거듭날 수 있다."
캬.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구나 싶었고,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글은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재밌다! 검정치마의 음악은 원래도 좋아했지만, 그가 쓴 글을 읽고 난 후 더 좋아졌다.
또 다른 글은 배우 유아인의 글. 그가 예전에 잡지에 쓴 몇몇 글을 읽을 때면 내가 아는 그 유아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글 자체만 보면 전문 작가가 쓴 것처럼 글이 좋다. 호소하지 않는데 절절히 글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가 쓴 글을 읽으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보인다. 내 기준에서 좋은 글은 이렇게 생각의 깊이가 자연스레 묻어나는 글이다. 그래서 이들의 글과 생각을 마주할 때면 때때로 난 내가 채우지 못한 깊이에 부끄럼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