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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Feb 04. 2023

오랜만의 알바는 직장생활과 뭐가 달랐을까

계약직과 직장생활의 차이

마지막 알바를 2012년 말에 그만두었다. 당시에 학교 근처에 있는 학원에서 중고등학생 대상 영어 선생님으로 1년쯤 일을 했는데, 2013년부터는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계속 생겨서 알바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까 약 8년 정도 4대 보험의 울타리 안에서 일했던 셈이다. 다시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게 얼마나 큰 이벤트로 느껴지던지. 대학생으로서 느끼는 알바 근무와 직장을 다니다 회귀해서 느끼는 알바 근무는 얼마나 다를지도 궁금했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근무시간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 총 15시간 ~ 18시간 정도 일했다. 선생님으로 일하는 게 체력을 많이 요구하는 일이라, 초반엔 그마저도 힘들어서 근무하는 날이면 집에 와서 기절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니까 확실히 생활이 달라지더라. 우선 집안일에 신경을 더 많이 쓸 수 있었다. 회사를 다닐 땐 주중 집안일은 죄다 주말로 몰아두는 바람에 금요일에 집이 엉망인 경우가 잦았는데, 이제는 매일매일 깔끔한 집을 유지할 수 있었다. 평일에도 신기하게 청소를 할 의지가 생기더라. 나는 집의 깨끗함이 곧 마음의 깨끗함이 되는 타입이라... 이게 나름대로 우울증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오후시간 근무이다 보니 아무래도 늘어지기 딱 좋긴 했다. 가끔 피곤한 날이면 정말 느지막이 12시쯤 일어나서 학원 갈 준비를 한 날도 있지만.. 매일 그럴 수는 없었다. 놀려고, 편하려고 퇴사했단 소리가 제일 듣기 싫었으므로. (지금 돌아보면 또 그렇게까지 강박을 가질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래서 규칙적으로 특정 시간에 일어나고, 특정 시간에 자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매일 1시쯤 자서 아침 8시쯤 일어나는. 10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밤에 공부하다 보면 10시에 마무리하는 게 그렇게 안 되더라. 그래도 기상시간을 지키려고 했다. 물론 정말 잘 지켰냐라고 물어보면 또 자신이 없어지지만... 작심삼일이면 3일에 한 번씩 결심하겠단 마음으로 임했다. 뭐 그 정도면 괜찮지 않나?


두 번째 차이점은 역시나 돈. 이건 퇴사 후에 뭘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공부와 병행할 계획이었으므로... 적게 받아도 되니, 적게 일하는 곳으로 가는 게 더 중요했다. 적게 일하는 대신 시급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아무래도 나름 몸값이 높은 테크업계에서 왔던 만큼 벌이 차이는 엄청 많이 나긴 했다. 정말 돈이 궁했으면 일하는 시간이라도 더 늘렸을 텐데.. 그렇게까진 하지 않았다. 다행히 돈이 아직까지 그렇게 궁하지 않았다.


그래도 소비는 많이 줄이려고 했다. 적게 버는 만큼 단순하고 담백한 생활이 하고 싶었다. 우선 집안일에 신경을 쓸 시간이 더 많아진 덕에 배달음식부터 줄일 수 있었다. 이전에 해오던 스트레스성 소비도 현저히 줄였다. 한창 때는 집 앞에 택배가 없던 적이 없었는데.. 작은 걸 소비할 때도 여러 번 고민하고 사고, 좋아 보여도 필요 없으면 사지 않았다. 무분별한 소비는 지구한테도 나쁘니까... 하면서 이런저런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계속해서 덧붙였다. 자질구레한 것들을 소비하지 않고 조금 더 담백한, mindful한 삶을 살려고 했다. 1인 가구 한 달 소비를 120만 원까지 줄여봤다!!!(관리비, 보험료, 건보료 포함 / 관리비 외 주거비용 제외) 소비도 줄여보니까 나름 재밌더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이외에도 알바로 일하면서 차이점이 있었다면, 휴가를 내기가 어려웠다는 점. 다들 퇴사하면 여행부터 신나게 다녔을 거라 생각하는데, 의외로 그럴 수가 없더라. 물론 미리 얘기를 해서 근무 시간을 조정하면 되긴 하지만, 내가 빠진 시간만큼 누군가 대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다행히 여행 생각이 별로 안 들었다. 회사 다닐 때는 여권에 도장 마를 일 없게 다닌 적도 있었는데.. 역시나 일탈 욕구는 스트레스 속에서 불타는 것인가 보다. 돈을 아끼고 싶기도 했고, 마침 코로나 시국이었던 덕분에 여행은 한 번도 다녀오지 않았다. 코로나가 끝난 지금도 별로 여행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돈을 좀 더 아낄래.


굵직한 차이점은 이 정도였던 것 같다. 차이점만 있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공통점도 생각보다 많았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공통점은 다음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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