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마다 다른 나이로 살아보자
친구가 물었다.
너 몇 살이야? 정신 나이로?
(How old are you, mentally?)
응? 나 나이 많다는 건가?
아, mentally?
흠... 나 몇 살이지?
잠시 생각하곤 대답했다.
난 33~35살쯤 된 거 같아.
그때쯤 팀장이 돼서 일해보니까
혼자 일할 때랑 다르더라고.
나 혼자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란 것도 알고,
함께 일하면서 느낀 것도 많거든.
마이크로매니징보다 내버려 두기 스킬도 늘었어.
자기는 스물세 살 같단다.
흠... 나 너무 많이 불렀나?
그다지 어른스럽지도 않은데 말이지.
아니 꼭 어른스러워야 하나?
그르게, 나 잘 살고 있는 거야?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흐른다.
에고는 세세한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나를 생각의 늪으로 불러들인다.
같은 날 저녁 20년 지기 친구를 만났다.
믿을 수 없지만 낼모레면 오십이야.
한껏 부정해 보지만 변하지 않는 숫자.
넌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나도 그렇고.
아니야 그때보단 한결 너그러워진 거 같아.
화난 걸 그대로 다 쏘아붙이지도 않고.
그래도 열이 나긴 하지.
맞아, 그건 어쩔 수 없지.
철이 들었다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쓴 커피 맛과 깊은 육수 맛을 알아버렸달까?
흑백 그 중간 수많은 회색을 봐버렸달까?
속된 말로 때가 묻은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되고,
잡기 힘들면 놓을 줄도 알고,
아닌 건 그냥 아닌 걸로 두고,
기브 앤 테이크가 하나 주고 하나 받는
그런 유치한 무언가가 아닌 것도 알고,
결과란 내가 기대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오늘, 지금이 쌓여서 보이는 거란 걸
많지 않은 경험으로 믿게 된 지금이 좋다.
스물셋, 열아홉, 서른다섯, 오십...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기엔
만으로 한 살 더 먹은 8월이 슬펐고,
내가 지금 젊은지, 늙지 않았는지에
계속 앞으로도 민감할 예정이지만,
마음은 점점 유연해지고 있으니까.
사실 결과와 성공여부만을 보고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건 마이너스일 뿐이니
그저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을
만들고 쌓아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숫자 앞에서 겁먹을 필요도 없고,
내 정신 나이를 재며 비교할 이유도 없다.
스물셋처럼 웃고,
서른다섯처럼 책임을 지고,
쉰 가까이의 나이처럼 조금은 너그러워지면 된다.
우리는 순간마다 다른 나이를 살아가는 거다.
그래, 미리 걱정하지 말자.
앞으로의 모습은 지금 내가 쌓는 하루가 만들 테니.
오늘을 살아내는 내가 곧, 내일의 내가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