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독서모임 기획하기
본래 운영하고 있던 독서모임 '소울살롱'을 올해부터 AI와 함께 기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10점 만점에 만점!
언제나 읽고 싶은 책이 있었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이 맞는 책을 분기별로 3권씩 정한다는 것은 운영자의 큰 고민이었다. 고민의 포인트는 첫째, 내가 읽고 미리 검증한 책이어야 한다는 것. 읽은 책의 수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미리 읽은 책은 운영할 때 함께 호흡할 수 없기 때문에 운영자에겐 그 재미가 떨어진다. 이미 나는 좋았고, 즐겼기 때문에 생생한 도파민을 전달할 수가 없다. 그리고 두 번째, 내 선택에 의심이 든다는 것.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솔로 활동을 할 때, 무대에 혼자 서는 부담이 크다던데, 전적으로 '혼자' 하는 결정하는 과정은 부담도 크고 외롭다. 그런 의미에서 AI는 이 한계와 부담을 덜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울살롱에서 읽었던 책들을 공유하고, 올해에 이렇게 읽고 싶다 생각한, 하지만 완벽히 완성시키지 못한 주제들을 공유했다. 각 주제에 맞게 떠올렸던 책들의 제목도 함께. AI에게 요청한다는 것은, 완전 초기 발상 단계부터 큰 키워드만 던지고 시작할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한 구체적인 내용들 - 내 의도와 목적, 방향, 단편적 아이디어 등 - 을 던지고 그 위치에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책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책을 더 추천해 줘."
다른 책이 생각나면, "<OOO XX>는 어때?"
구성을 생각하면, "이렇게 세 권을 묶으면?"
거기다 나의 개똥철학(?)적 해석을 더해서 길게 물어보면, AI는 내 생각을 더욱 간결한 키워드로 뽑아주고, 주제를 좁혀주고, 의미를 명확하게 정리해 구성에 확신을 더해준다. 든든한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다.
그렇게 2026년 소울살롱 책들이 정해졌다... 고 말하면 너무 간단할 것 같지... 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나는 100% 만족하지 못했다.
순서를 바꿔서, "사랑으로 시작하면 어때?"
아예 다른 주제, "죽음의 의미를 되짚어보면?"
AI에게 맡겨서, "너라면 어떻게 묶을래?"
하지만 이쯤 되니, AI가 슬슬 아무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예전 광고 일을 할 때도, 기획 방향 또는 캠페인 주제를 정할 때 처음에 각자 원하는 것이 명확하다가도 장시간의 회의 끝에는 수차례의 챌린지를 거쳐 생각이 비슷비슷해지는 시점이 오고, 최종 결정권자가 좋아할 만한 키워드와 수식어구들을 연결해 화려하지만 뾰족하지 않은 의견들이 오가기 마련이다. AI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가져오고 있었으니...
그래서 지적했다. "산만한 걸?"
사람이라면 상처받고, '너는 뭐 하고 나만?' 하는 마음이 들 수 있는데, AI는 바로 인정 후 산만함을 걷어낸다. 이 부분은 정말 AI에 대해 선호하는 부분인데, 쓸데없는 감정 소모가 없다는 것이다. 나 또한 리뷰하는 입장에서 '나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시간도 에너지도 확실히 줄여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마음에 들 때까지, 내가 머릿속에 주제를 정리할 때까지 이 과정은 이어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AI가 만능이라 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산재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을 단단하게 세우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있을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의 믿음을 정교화함으로써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2026년 소울살롱 1분기 모집은 이렇게 완성됐다. 그리고 목적이 분명했기에, 책을 읽고 난 후 메시지도 강렬했다. <사랑의 기술>은 뒤에 두 권을 읽기 전 '사랑'의 의미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했고,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첫 번째 책의 어려운 설명을 실천과 경험 속에서 쉽게 이해시켜 줬다. 이 강력한 연결고리는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기보다는 내가 정한 주제 속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섭렵할 수 있게 해 줬다. 나의 지론, '책을 완벽히 이해하려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으로 삶에 대한 나의 이해를 넓히고, 실천할 수 있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획은 매우 도움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2분기 소울살롱은 "AI시대의 불안 타파"를 목적으로 기획했다. 위에 설명한 과정들을 거쳐 아래와 같은 모집 포스팅이 완성됐다. 이번엔 첫 번째 책을 정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AI 문외한인 내가 어떤 AI책을 읽을지를 AI와 상의한다?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수많은 챌린지를 통해서 <넥서스>, <더 커밍 웨이브>,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세 권 중에서 세 번째 책을 선택했는데 그 과정이 즐거웠다.
책 3권을 이어 정하면서, 답은 나왔다.
AI의 불안을 나만의 서사로 타파하자!
문제는 HOW(어떻게)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탐색하고,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렇게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혼자서 머리 굴린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AI는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아니 내가 도움을 줄 수 있게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책 선정 후 매월 한 권의 책으로 발제 준비하는 과정도 도파민이 터지는데. 기회가 되면 발제 준비 이야기도 써보고 싶다.
* 추신: 2026년 2분기 소울살롱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신청 및 상세 내용은 요기서 > https://forms.gle/KcCbLTemaY7CQwFX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