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1. 요리

내 나름 미식가의 생존형 요리하기

by GALAXY IN EUROPE

엄마가 부산에 내려가셨다.

사다 놓은 재료들과 만들어진 음식들을

상하기 전에 다 먹는 것이 이번 주말 미션이었다.


하지만 나는 “먹어치우기”를 싫어한다.

하루에 세 번 밖에 못 먹는데, 나이 드니 위장이 그마저도 소화시키지 못해 양은 점점 줄어드는데, 맛이 있든 없든 먹어치우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다.


또한 나는 똑같은 음식만 먹기가 싫다.

한 음식에 꽂히면 그것만 매일 먹다시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침에 빵 먹고 점심에 또 밀가루는 힘들다. 점심에 밥 먹고, 저녁에 또 같은 반찬으로 밥 먹기는 곤욕스럽다. 아침에 토스트에 요거트를 먹었다면 점심은 한식이 땡기고, 아침에 미역국에 밥 말아먹었다면 점심은 파스타나 분식, 햄버거나 치킨, 피자 같은 음식들이 먹고 싶어진다.


이렇듯 나름 미식가이다 보니 요리도 제법 한다.

십 년 가까이 국내외에서 했던 자취 생활과 잦은 해외살이로 낯선 곳에서 원하는 재료를 고르는 데는 나름 노하우도 갖췄다. 혼자 먹을 음식도 잘하지만, 여럿이서 즐길 음식도 가끔 해봤기에 메인과 디저트, 안주와 페어링까지 고려해 요리를 한다. 메뉴 선택부터 장보기, 재료 손질과 조리까지 요리는 매우 고된 과정이지만, 나에겐 매우 즐거운 일 중의 하나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대부분 주부, 엄마들은 너가 매일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요리를 하면서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

우선 순서! 일단 재료 손질부터! 재료는 도마를 덜 더럽히는 재료부터 시작하고, 인원이 많을 땐 재료별로 도마를 나누어 손질한다. 식어도 괜찮은 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부터 시작하고, 차게 또는 따뜻하게 먹어야 하는 음식의 온도를 유지할 방법을 미리 찾아둔다. 손님의 식성을 미리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 누구 한 명은 굶고 있으면 안 되니까. 물론 식성 타박도 금물. 대충 먹으면 되지 하는 말도 상대방이 까다롭다고 말하는 것 같으니 절대 안 된다.


그래서 엄마가 없는 동안 뭘 해 먹었느냐 하면,

1. 엄마가 끓여 놓은 소고기뭇국을 끝내고,

2. 저 창원에서 올라온 잘 익은 토마토랑 통마늘, 다진 쇠고기로 파스타를 해 먹었다.

3. 남은 소스는 또띠야에 올려 치즈를 뿌리고 에어 프라이어에 돌려 피자처럼 해 먹고,

4. 양배추 잔뜩 채 썰어 넣고 쫄면도 해 먹었다.


물론 위 순서대로가 아니라 그때그때 니즈에 맞게!

엄마가 해주는 밥만 먹다가 내가 해 먹으니 제일 좋은 것은 몸과 머리를 쓴다는 효용감이었다. 그리고 맛이 별로여도 불만이 없다. 싱거우면 소금 더 넣고, 매운 게 당기면 핫소스를 더한다. 물론 설거지는 하루 종일 모아서 하고, 먹어야 했던 재료들 중에 아직 끝내지 못한 것도 있지만, 오랜만의 취미 생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