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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진 Oct 09. 2019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이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

 아주 오래전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해 여러 인류가 있었지만 최종적인 승리자는 '호모 사피엔스' 였다. 사피엔스는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것들을 철저하게 제거해 나갔다.  그 대상은 다른 인류를 비롯해 대형동물들까지도 해당되었다. 동부 아프리카에 살던 사피엔스가 대륙을 건너가기 시작하면서 많은 종의 동물들이 사라졌다. 지금의 아메리카 대륙에 해당되는 곳에는 키가 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늘보가 있었다고 한다(지금의 나무늘보처럼 온순하다 해도 키가 6미터면...). 이런 나무늘보를 비롯해 많은 종이 사피엔스에 의해 사라졌다. 이 학살의 역사를 통해 대형동물의 생물학적 다양성은 크게 줄어들었는데 사피엔스에게 인지혁명이 일어날 당시에 대형동물의 생물학적 다양성에 비해 농업혁명을 겪을 당시 생물학적 다양성은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다.


  사피엔스가 다른 인류를 비롯해 대형 동물들을 이겨낼 수 있는 이유는 인지혁명을 통해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능력'을 얻게 된 것이다. 이 능력은 바로 '허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피엔스는 이 허구를 이야기하는 능력을 이용해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대규모 협력을 이루어내어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다. 개미나 벌 등 곤충들부터 무리생활을 하는 모든 종류의 생물들은 기초적인 의사소통능력이 있다. 사피엔스의 이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능력'이 다른 동물들의 의사소통과 구분되는 점은 DNA에 각인되어 주어진 명령어만 반복해서 송출하는 것이 아니라 '허구'를 활용해 끝없이 다양한 명령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사피엔스 무리의 지도자는 키가 6M나 되는 나무늘보를 사냥해야 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리 중에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었을까? 그들을 싸우게 하려면 설득이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사실 다른 사피엔스들과 달리 위대한 존재의 보호를 받는 특별한 존재라고 설득한다거나 거대한 동물을 죽이면 그 힘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며 설득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이런 과정을 통해 원시신앙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획득한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질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원시적 형태의 계급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기본적으로 '허구'를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에서 바탕된 것이다. 


이 후에도 '사피엔스'가 엄청난 발전을 이뤄내 제국을 건설하고 과학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던 원인도 결국은 이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능력은 조금 다르게 이야기 하자면 '신뢰'를 만들 줄 아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 필수다. 따라서 우리의 선조인 사피엔스는 정보를 전달하는 점에 있어 다른 인류보다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어야한다. 


 이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은 현대사회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신뢰를 만들어나가려면 내가 아는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 자체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좋은 정보라도 의미가 퇴색된다. 이런 의미에서 고대 인류의 생존방식과 현대 인류의 생존방식은 큰 범주에서 동일하다고 생각된다. 고대 인류가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인 거대한 동물이나 다른 인류와의 싸움에서 생존하기 위해 정보전달 능력을 키웠던 것처럼 현대 인류는 구성원 간에 신뢰를 만들기 위해 정보전달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아웃풋 중심의 공부가 중요하다. 좋은 책을 읽고도 책에서 얻은 깨달음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을 키울 수도 없고 어제와 별 다를 것 없는 오늘을 살 뿐이다. 글을 쓰는 것도 좋고 말하는 법을 연습하는 것도 좋다. 다만 인풋만 하는 공부를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머리 속에 들어 온 정보를 밖으로 내보내는 연습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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