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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May 09. 2023

내게 주어진 것들을 지켜내는 것

am9:00 매일, 책상 앞에서

요 근래 용돈을 번다고 주식을 시작했다.

하루에 만 원 벌기로 소소하게 해 보자 했는데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는지라

주식 계좌의 잔고를 계속 늘려가게 되었다.

나름 공부를 하면서 한다고 해도 (당연하게도) 잘 되는 날보다 손해를 보는 날이 많아졌다.


어제도 별생각 없이 덜컥 매수한 종목에서 5%쯤 손해를 보고는 하루 종일 그 생각에 매몰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휴대폰만 들여다보면서 쓰린 가슴을 움켜쥐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를 몇 시간째. 손해를 메꿔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다.


책도 잘 안 읽혔고 살림도 건성건성, 손에 잡히지 않았다. 벽까지 괜스레 주식 관련 카페를 들락거리다가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정신이 들어 휴대폰을 껐다.


어쭙잖은 한탕주의로 시작한 주식은 결국 마이너스된 잔고와 피폐해진 정신 상태, 무너진 일상을 남겼다.




오늘은 오랜만에 정신을 차리고 아침 청소를 하고 어제부터 미뤄둔 설거지를 해치웠다.

모처럼 음악도 틀고 책상 앞에 앉았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기분이다.


미뤄둔 일들을 하며 지난 나의 행적들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지켜내는 삶을 살기도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잠깐의 잘못된 판단이 크던 작던 내 일상에 손해를 끼쳤으니 말이다.

아, 가만히 내가 가진 것들을 지키며 사는 것도 중요하구나, 나답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게 구나. 싶었다.


내가 가진 것들을 잘 지켜내며 살아야겠다.

무언가를 더 하려고 하기보다 내게 주어진 것들을 피고 잘 지켜내는데 에너지를 써야겠다.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며 조용히 나의 기회를 기다릴 것. 더 얹기보다는 지켜낼 것. 이것이 '무지에서 시작된 한탕주의 주식 사건'이 내게 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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