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나간다.

by 묻는 사람 K

끝이 있다는 말 덕분에 견뎠던 시간에게는 미안하지만, 모든 것에 끝이 있다는 말이 나를 가장 약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설 때, 혹시 이게 마지막이면 어떡하지 싶어 몇 번이고 뒤돌아보게 된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서 쉽게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치앙마이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시동생이 합류하면서 일정에 변수가 생겼고, 그 일주일을 허둥대며 보냈다. 배웅하고 돌아와 수첩을 펼쳤더니,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은 삼일뿐이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조바심 내며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가고 싶었던 곳의 리스트를 살폈고, 나 역시 지금이 아니라면 아쉬울 게 있을 것 같아서 생각을 고르고 골랐다.


현대미술관을 가볼까, 지나면서 봤던 재즈바를 갈까, 와인 커넥션에서 저녁 식사를 할까, 호들갑스럽게 의견을 나누었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로 마무리하자는 합의에 닿았다.


조깅을 했다. 아침도 점심도 아닌 어정쩡한 식사를 했고, 커피를 내려 마셨다. 그리고 치앙마이 대학 도서관을 향했다. 조금 더 걸었고, 느리게 커피를 한 잔 더 마셨다. 말하지 않았지만, 오늘 이 순간의 마지막을 서로 방해하지 않았다.


나는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미루고, 다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일에도, 다음에, 나중에 하면서 여지를 남긴다. 반면 남편은 '나중은 없다.' 쪽이다. 생각났을 때 바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에 집중한 그의 삶의 태도가 부럽기도 하고, 닮고 싶은 점이기도 했다. 오래 함께 하면 닮는다더니, 하필이면 남편이 먼저 나의 모습을 배웠다.


'여긴, 나중에. 다음에 여행 오면 저길 먼저 가봐야겠어.'


모든 것엔 끝이 있다는 말은 여전히 나를 어렵게 만든다. 앞으로 남은 삼일, 그리고 방콕에서 보내게 될 이틀 동안 이 시간을 잘 흘려보낼 수 있으려나. 치앙마이에서의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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