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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최 Jan 16. 2016

외고를 떠나며 들려주는 외고이야기

외고 영어교사로 즐겁게 살아보기

특목고, 공부 잘하는 많은 중학생들의 로망이라는 이곳에 근무하면서 알았다. 나는 외고 5년차 교사, 가장 자신이 있다는 영어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모든 공립학교 교사들이 그렇듯 5년이 지나면 짐을 싸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는 것이 세상 이치이기에 나역시 짐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나는 신생공립외고에서 무엇을 했던가? 첫학기에는 책상 앞에 "쫄면 안돼"를 써붙이고는 그 좋아하는 분식집 한 번 가지 않았다. (이미 국제고에서 일년 먼저 근무한 선배교사가 내게 해준 말이다.ㅋ) 교과서는 한달 만에 후딱 끝내버릴만큼 아이들은 똑똑했고 일곱시간 준비한 영어수업을 한시간만에 해치우고는 허탈해 했던 적도 많았다.  출근은 6시 반, 퇴근은 11시, 12시 대중 없었던 것은 모든 외고 교사들에게 일반화 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내가... 남들보다 능력이 없는 교사였을 뿐이다. 


재미있는 일 물론 많았다.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풀어놓겠지만 교과서에 나온 미술 작품을 가지고 수업시간에 영어로 경매활동을 해보기도 했고 헤밍웨이에 대한 짧은 지문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발표를 요청했을 때 반에서 꼴등하던 여학생이 50분동안 프레지로 발표하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녀석이 안자는 것을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다!) 학생과 상금만 보고 대한민국인재상이 무엇인지 모르고 신청했다가 덜컥 받기도 했고 ICY 국제청소년 학술대회 논문지도를 맡아 우수 청소년 학자상을 받아오는 것을 보기도 했다. 


특목고 고3을 연달아 2년 하고 나니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수업을 들어가는 1학년 학생들과 인문학 동아리를 기획해 보았다. 일년에 책을 단 2권도 읽지 않는 내가 인문학 동아리 지도교사라니, 지금 생각하면 미치지 않고서야 이리 무모할 수가 있을까? 내가 안 읽어본 책들을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사실 같이 읽기 시작하기도 했다.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하지 않았나? 우린 용감했고 인천시교육청 사제동행 독서토론 동아리, 전국책쓰기 우수동아리, 인천청소년학술제 포스터 발표 대상, 최우수상, 인기상을 휩쓸며 2014년을 화려하게 살았다. 

그리고 1학년 영어과목에 독서 교육과정을 넣어 헤밍웨이와 포크너, 존 스타인벡의 단편소설을 전교생을 대상으로 수업시간에 가르쳐 보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수업 준비는 어려웠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몇몇 학생들은 자원하여 2015년에는 인천광역시교육청 영어영재교육원에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멘토로서 직접 북클럽을 운영하기도 했다.

수업이야기, 사람이야기, 동아리 이야기 등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2015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운영한 각종 인문학 주간과 그중 단연 최고로 꼽혔던 "셰익스피어 주간" 이야기 까지... 영어를 좋아하고 문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학교생활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놓고 싶다.


http://www.appledodo.co.kr/board/read.php?table=1197&number=92334&page=111&sel=&search=&sel_cat=

http://incheo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9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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