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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물 Jan 31. 2024

예비 초5 선행 안 시키고 아프리카로 훌쩍 떠난 사연

“아프리카를? “

“한 달씩이나?”

“왜?”

팬데믹이 거의 끝나갈 무렵 우리의 아프리카 여행계획을 들은 지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Covid19으로 거의 봉쇄되다시피 했던 나라들의 문빗장이 풀리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은 유럽이나 동남아로 향하고 있었다.

사실 아프리카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대륙이다. 하지만 선뜻 가겠다고 마음먹기에는 무척 망설여지는 곳이다.

그 이유는 긴 비행시간과 부담스러운 여행비용 그리고 일부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진입장벽이 꽤 높은 편이다.      


12월 방학을 앞둔 어느 날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랑 아프리카 갈까?”

호기심 많고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프리카라는 말에 눈이 반짝거렸다.

“아프리카?”

“응. 너 아프리카 좋아하잖아”

“엄마! 그럼 우리 세렝게티도 가는 거야?”

아프리카라는 말에 아이 입에서 바로 나온 단어는  세렝게티 국립공원이었다.

아이와 내셔널지오그라피나 BBC자연다큐를 통해 익숙하게 보았던 곳!

아이는 어려서부터 동물과 곤충을 좋아했다. 특히 자연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웬만한 동물은 두루 섭렵하고 있던 터라 아이는 별 고민 없이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한 달이나 집을 비워야 하니 나는 남편에게도 양해를 구해야 했는데 남편 역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데 막상 일사천리로 결정하고 나니 오히려 슬슬 겁이 났다. 그동안 아이와 1~2주 정도는 여행해 봤지만 한 달 동안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남편 없이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가려는 아들과 한 달 동안 싸우지 않고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는 아들과 아프리카를 가겠다고 하니 주위에선 무척 의아해했다.

초5에 들어서는 초4 겨울방학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엄마들은 입을 모았었다.

놀만큼 놀았으니 이젠 바짝 공부 좀 시켜야지 하는 분위기랄까? 이런 분위기는 엄마들까지 덩달아 잔뜩 긴장하게 만들었다.

긴장감은 불안감으로 금세 전환되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 좀처럼 휩쓸리지 않는 나!

그러고 보면 겨울방학에 뭘 시켜야 할까 가 화두인 엄마들 사이에서 난 참 속도 없는 엄마였다.      


맞다!

난 주류에 끼고 싶어 안달 난 세상에서 어찌 보면 소수자로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내 삶은 항상 비주류 어딘가 쯤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남들과 같이 비슷하게 발맞춰 살아가는 게 잘 사는 거라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나는 일찌감치 그들과 템포를 맞추지 못했다.

남들이 다 대학 갈 때 대학에 똑떨어졌었고 남들이 다 결혼할 땐 열심히 일만 했다.

그러다 주위 친구들이 고3수험생엄마 노릇할 무렵

나는 늦깎이 엄마로 나와는 띠 동갑인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초딩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문명세상에서 구닥다리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며 살아가는 내 삶의 방식은

어쩌면 주류세상과는 반대로 역행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아이가 문제집을 잘 푸는 능력보단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이웃과 함께 어울려 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존재의 이유와 삶의 가치를 스스로 찾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거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남들의 속도에 발맞추느라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이를 데리고 아프리카로 훌쩍 떠난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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