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주 설치, 제주현대미술관 전시전경, 2015
제작기간: 2014년 5월 – 2015년 5월.
전시이력: 제주현대미술관(2015), 아트스페이스∙씨(2015).
작업노트, 아침묵상 그리고 기도.
먹의 번짐은 의지와 자연의 경계에 있다. 나는 의도하여 먹을 뿌리나, 번짐은 나의 영역을 벗어나 자연스레 그 모양을 결정한다.
색의 겹침 또한 나는 색과 방향을 설정할 뿐, 숱한 우연이 결국의 모양을 결정한다.
오랜 과정을 거치는 시간이 주어지면 나와 나 아님의 상호작용이 반복되며 하나의 그림을 형성한다. 그림은 그리하여 최대의 힘을 갖는 시점에서 멈추었다 하여도, 계속될 앞으로의 흐름을 기대케 하며 살아있는 것이다. _2014/08/30
투명한 겹침. 심연을 만들어 간다. 심연, 깊이, 알 수 없음이다.
여기서의 깊이는 원근, 거리에 기준한 깊이가 아니다. 시간의 축적. 의도, 의식적 행위를 멀게 하는 무의식의 형성.
그리하여 알 수 없음, 그의 속성을 만들어가는 것. _2014/08/30
파란, 푸른 깊은 바다.
살아있는 기포. 열정의 멈춤, 테왁. 생의 응축 _2014/09/01
바다, 진동하는 깊음. 바다는 주를 보고 떨며 진동한다. 두려움으로 울리는 바다.
바다에 주는 길을 내어 이끄신다. 광활한 바다, 망망대해에. 주의 발자국은 보이지 않으나 주의 인도가 분명한 길을 낸다.
나의 바다, 물결 사이로 있는 기포는 주의 호흡. 알 길 없는 막막함에 걸어갈 길을, 살아갈 숨을 불어넣는 주의 인도, 이끄심. _2014/09/03 (시편 77:16, 19 묵상)
바다의 물결. 씨줄, 날줄처럼 수평과 수직의 획이 교차되며 율동하는 물결이 되도록 _2016/09/05
배접. 물결 모양. 흐름의 느낌. 탄탄한 조직, 그물과 같은. 자연스러운 물결의 뒤틀린 반 입체. _2014/09/14
배접이 2겹째 되어가니 어느 정도 볼륨도 살고 가장자리 모양새도 탄탄히 단단한 모양이 잡혀간다.
여러 겹이 만들어내는 외곽선은 깊이가 있다. 느림의 시간이 있다. 견고함이 있다. 그것이 오랜 시간의 축적의 결과. 결코 그 어떤 빠른 기술로도 흉내 내지 못할 참 힘이다. _2014/09/18
진동하는 바다, 깊은 바다, 살아있는 바다를 그리고 싶다. _2014/10/04
밀려오는 바다를 다스리시는 하나님. 파도가 솟구칠 때 이를 잠잠케 하시는 주. 이것을 그리고 싶다. 역동하는, 떨리는 바다의 물결. 그 물결의 산 같은 겹. 이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하나님. 움직이시는 분도, 잠잠케 하시는 분도 실은 주 하나님인 것을.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바다와 그 안에 살아가는 인생. 생명을 품은 바다와 생을 살아가는 인간. _2014/10/06 (시편 89:9 묵상)
밑색을 깔아가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하나하나가 독특한 아름다움을 갖되 전체로 또한 하나 되어 아름답기 위한 흐름을 생성해야 한다. _2014/10/08
자연과 인간의 생의 떨림을 내가 그려낼 것입니다. 진동하는 바다, 약동하는 주의 생명의 힘을 그려내게 하소서. 이 분투가 아름답게 결실을 맺도록 긍휼로 함께 하소서. _2014/10/09
천년, 헤아릴 수 없는 깊이.
시간의 깊이와 바로 이 순간. 변함없는 생과 살아있음의 현재를 담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_2014/10/13 (시편 90:4 묵상)
바다, 일어서는 바다, 목소리를 높이는 바다, 세찬 파도를 일으키는 바다. 그 바다의 폭풍보다, 파도의 부서짐보다 높으신 주.
목소리를 높여 외치듯 거센 바다의 파도를 담고 싶다. 진동함이, 내면의 깊은 떨림부터 드러나는 거친 함성까지 포함할 수 있기를. _2014/10/21 (시편 93:3-4 묵상)
하늘이 기뻐하고 땅이 즐거워하며 바다와 그 안의 모든 것이 들떠 외치는, 주님, 이런 자연을 그려내게 하소서. 주로 인한 즐거움에 탄성 지르는 진동이 가득한 바다와 기쁨의 변화가 일어나는 땅을 그릴 수 있기를. _2014/10/24 (시편 96:11 묵상)
격한 파도, 타오르는 분투, 부서짐. 이것이 테왁 형태 안에 들어갈 붓질.
꺾이나 그치지 않는, 위로위로 올라가는. _2014/11/05
진동하는 바다. 포효하는 바다일 수도 잔잔히 떨리는 바다일 수도 있으나 모두 주의 경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_2014/11/15 (시편 104:9 묵상)
어둠과 고독의 지독한 사슬을 끊어주시는 주님. 나의 그림이 주의 이 권능을, 그 아래 기뻐 두려움으로 진동하는 자연과 삶, 인생을 그려내기를. _2015/02/11 (시편 107:14 묵상)
격동하는 바다. 주께서 휘저으신 대폭풍. 하늘까지 솟구쳐 심연까지 내치는 그런 바다.
나는 잔잔히 진동하는 바다조차 이리 고전하고 있는데 주의 권능을 작업에 담기에는 내 그릇이 참으로 작다. 작지만, 약하지만 깊이 있게 진동하는 생명의 바다를 그려낼 수 있기를. _2015/02/12 (시편 107:25 묵상)
주께서 내 길, 풍랑을 잠잠케 하시고 기뻐하는 중에 원하는 피난처로 날 인도하신다. 계속되는 어지러움에 이 땅이 단단하다는 믿음조차 약해지는 내게 큰 격려가 된다. 그림이 그다지 큰 진전을 보이지 않는 듯하여 답답도 하다. 그러나 반드시 주의 원하시는 바대로 완성되리라. 이름다운 생명력을 이끌어 낼 수 있기를. _2015/02/19 (시편 107:30 묵상)
그림이 이전보다 힘이 없는 듯하여 염려가 된다. 한 시리즈를 너무 오래 끌고 있어 지치기도 하였고. 어서 최대한의 힘을 끌어올릴 수 있길. 제목이 진동하는 바다인데, 참으로 약하다. _2015/02/27
그림에 결정적인 힘이 필요하다. 그게 무엇일까. 지극히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끌어당기는 힘. 그것이 필요하다. 주의 바다에 진동을 넣으소서. 떨림을, 살아있는 꿈틀거림을. _2015/03/09
깊은 바닷속 진동. 묵빛 투명함과 펄의 덩어리감. 색상의 평면적 충돌과는 다른, 깊이 있는 덩어리로서의 꿈틀거림. _2015/03/10
이제 구형의 불덩어리가 시작되었다. 진동하는 바다의 핵심이 되어줄 이 반입체형의 구체가 폭발하는 힘의 응축이 되어주길. 빠르고 강하게. _2015/03/21
진동하는 바다. 나는 생의 간절한 몸부림을, 떨림을 담고 있는가. 하루가, 또 하루가 시간의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감각하게 흘러간다. 외따로이 살아간다는 것이 이러한 것인가. 막막한 시간의 대양 위에 홀로 표류하듯.
나의 생명의 꿈틀거림을 주 앞에 어찌 보이고 있는가. 산자의 땅에서 날 주 앞에 걷게 하소서. 내 생의 불씨가 주 앞에 약동하기를. _2015/03/28 (시편 116:9 묵상)
새로이 시작한 테왁 부분이 엄청난 기운을 소진케 한다. 마감을 결심한 마지막 주 첫날인데 난 시작부터 도망가고 쉬고 싶어만 하고 있다. 주님, 날 건지시고 승리케 하소서.
전혀 다른 스타일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타오르는 불, 거칠고 빠른. 지극히 안정적인 호흡, 망망한 바다 위 갈구하는 생명. 메마른, 찰나의. _2015/04/06
이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채 완쾌되지 않은 나의 상태가 작업량을 현저히 줄게 하지만 주님, 나의 그림이 주의 길 안에 살아나는 내 삶, 내 생의 증거이게 하소서. 오직 주의 생명을 보아 그리게 하소서. 저 다양한 모습의 바다에 꿈틀대는 생을 담게 하소서. _2015/04/16 (시편 119:37 묵상)
오늘이 작업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주의 진동하는 바다가 귀하게 최대치의 힘을 머금고 완성되도록 함께하소서. 주의 터치가 마지막 점이 되도록. _2015/05/08
이제 전시 설치가 코 앞이다. 여전히 확신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떨림 가운데 붓을 잡고 있다. 마지막 마무리를 주께서 해주소서. 이제 되었다 할 그때, 이 작품으로 주께 영광 돌릴 수 있을 그때. _201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