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소박하지만 이루기 힘든 하루
'지난밤 릴스를 보며 시간을 죽이다 새벽 2시에 잠든 것이 아니라' 독서모임 책을 읽다 12시쯤 잠들었다. 사방은 고요하고 책과 나만 있는 그 시간,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 그 시간은 매우 달콤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이 '간단한' 아침을 먹고 사소한 '감정트러블' 없이 수월하게 등원을 한다. 나는 '바로 침대로 가서 눈 깜짝할 새 1시간 동안 폰을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설거지를 하고, 바닥 청소까지 마쳤다. 집은 정돈되어 있으며 '해야 할 빨래'도, '개서 넣어야 할 빨랫감'도 없다. '아침부터 때려먹지 않고' 간헐적 단식을 해야 하므로 물 한잔으로 대신하여 속은 부담 없고, 몸은 가볍다.
10시에 있는 글쓰기 모임에 참석한다. 좋은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도 하고 글도 쓰면서 1시간 30분 정도를 알차게 보낸다. 마음속에 있는 실타래가 오늘 잘 풀려 만족스러운 글이 나왔다. 집에 가서 약간 정리해서 브런치에 올려야지 하는 마음에 뭔가 뿌듯하다.
12시. 전화가 온다. 점심을 같이 먹자는 동네친구의 전화. 매일 하는 얘기지만 항상 새로운 그런 이야기들을 하며 즐겁게 밥을 먹고 커피까지. 역시 친한 여자사람과의 대화는 즐겁다. '주구장창 늘어지게 4시까지 노는 게 아니라' 2시쯤 각자 헤어져 집으로 향한다.
일할 것들을 처리한다.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빠르게 처리한다. 부담 없이 주어지는 일이 감사하기만 하다. 여전히 집은 조용하고 두 고양이만 내 발 밑을 왔다 갔다 한다. 창밖으론 나른한 오후의 풍경이 펼쳐진다. 간간히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우리 집 마당에 꽃들은 어여쁘기만 하다.
다시 책을 펼쳐든다. 두 종류의 책을 읽으려니 마음이 바쁘다. 그래도 재미있고 잘 읽혀서 다행이다. 책을 읽다 영어앱인 스픽을 열어서 30분가량 영어를 시부렁거린다. 고양이가 간식 달라고 야옹야옹 거려 간식을 주고 잠시 침대에 눕는다. '릴스를 30분만 봐야지 하고 보기 시작해서 2시간 보는'게 아니라 30분 되니 딱 끊고 다시 식탁 앞으로 간다. 이번엔 스페인어다. 학습지를 보며 스페인어를 또 시부렁 거린다.
한창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데 아이가 하원한다. 엄마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들어온다. 나는 그제야 책을 덮는다. 오늘 하루 어땠는지 다정하게 묻고 안아준다. 그리고 간식을 챙겨준다. 아이는 간식을 가지고 TV를 보러 올라가고 나는 냉장고를 열어본다. 냉장고는 '언제 넣어뒀는지 까마득한 비닐봉지들과 상한 걸로 강하게 추측되는 반찬통들이 꽉 차있는 것이 아니라' 딱 먹어야 할 것들만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냉장고 파먹기'는 하지도 못할 정도로 '처분해야 할 쌓여있는 음식재료'들이 별로 없다. 저녁 때 할 음식을 눈으로 스캔하고 밥을 안친다.
동네 친구가 잠깐 들러도 되냐고 전화가 왔다. 오라고 하고 친구랑 시원한 차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했던 얘기 또 하고, 안 해도 되는 얘기 또 한다. 어떠한 긴장감도 없이 평화로운 대화 속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아이는 'TV만 주구장창 보는 것이 아니라' 놀이터에 나가서 놀겠다고 나간다. 놀이터에만 간다면야 2시간이든 3시간이든 난 좋다.
저녁을 차린다. 아이들은 너무나 맛있게 먹고 엄마가 해준 음식이 최고라고 한다. 아이들은 '더 달라고 하지도 않고 남기지도' 않고 정량으로 딱 먹고 올라간다. 난 '저녁 먹은 뒷정리는 뒤로하고 폰을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벌떡 일어나 뒷정리를 하고 아이들 숙제체크를 한다. 큰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좀만 더 쉬고'라고 하지 않고 바로 하겠다고 하고, 둘째도 내려와서 숙제를 마친다. 나는 곧 뛰러 나가야 해서 마음이 조급하다. 신랑은 밤에 샐러드를 먹는다 하니 야채를 준비해 놓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자전거를 타고 모임 장소로 간다. 밤공기가 상쾌하다.
이제 5킬로는 쉬지 않고 거뜬하게 뛴다. 숨찰까 봐 대화 없이 뛰어서 숨소리만 들리지만 서로가 대견하다. 역시 운동은 나오기가 힘들지 나오면 너무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땀이 비 오듯 흐르는데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뭔가 살이 빠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만족스럽다. 1시간이 금방 흘러 자전거를 타고 서둘러 집으로 간다.
아이들은 숙제도 마쳤고 미리 샤워도 해놔서 손 갈 일이 없다. 나도 빠르게 샤워를 하고 팩을 한다. 신랑은 아직이지만 매번 이렇게 늦어서 별로 이상하지도 않다. 동화책을 3권 읽어주고 자려니 아이가 더 읽어달라고 한다. 인심 쓰듯이 한 권 더 읽고 잠을 청한다. 하루를 뿌듯하게 보내서 그런지 눈을 떴더니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