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소리 질러!!
드디어 개학이다. 길고 긴 두 달간의 방학이 끝났다. 나의 인내심은 2주 전부터 바닥이 나서 몸이 문제인지 정신이 문제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힘듦이 나를 지배해 신경질적으로 변해있었다. 그래도 나름 그 시간을 잘 보낸 나에게 매우 칭찬하며 앞으로 3월은 나에게 보상으로 주어지는 시간으로 알고 당당히 누리리라.
방학의 막바지, 그 끝을 향해 달리며 우리는 놀고 또 놀았다. 그 추운 날 아들들과 함께 힙하다는 익선동에서 줄을 서서 밥을 먹고 구경을 다니고 전쟁기념관까지 다녀오느라 나는 병이 났고 참으로 방학 야무지게 잘 보내는구나 싶은 마음과 이제 지긋지긋하니 어서 학교로 가라라는 마음이 함께했다. 글을 어서 써서 올려야 하는데 어찌 그리 시간이 안 나는지 밥 때는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아이들은 왜 돌아서면 배가 고픈지.
내공이 부족해서 그렇겠지만 나에게 있어 글쓰기 조건은 당장 30분 시간이 나니 뚝딱하고 써지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조건의 합이 맞아야 한다. 필수조건은 고요한 시간과 아이들의 부재. (다른 아이들은 괜찮음, 내 아이만 아니면 됨, 카페에서 아이들 떠들어도 잘만 써짐) 그 외에 필수는 아니지만 더 잘 써지는 조건은 커피 한잔과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집.
지금 바로 그 시간이다. 나에게는 2시간의 시간이 확보되어 있다. 오전에 아이들의 새 학기 첫 등교를 응원하며 보내고 나는 정말 오랜만에 운동하러 갔다 왔다. 그리고 방금 둘째가 학원차에 오르자마자 나는 몰래 감추어둔 꿀이라도 있는 듯 서둘러 문을 닫고 들어와 식탁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아무 소리 들리지 않고, 움직이는 건 따뜻한 햇살에 배를 지지며 누워있는 두 고양이의 눈동자뿐. 너무 귀한 시간이다. 휴식의 시간이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니. 오로지 내 안의 내 말에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꿀 같은 시간.
개학을 맞아 아이들의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할 1년을 응원하며, 가만히 있어도 입술이 씰룩거리는 이 개학의 기쁨을 만천하에 알리며 축배를 들고 싶은 마음 고이 접어두고 글을 더 많이 쓰고 밀린 독서를 하며 3월을 즐겨야겠다. 바빠지거나 만남이 잦으면 글쓰기와 독서는 힘들어지는 법이니. 나의 새 학기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