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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an 30. 2019

인도 코친 미식 여행 2

포트코친 , 마탄체리 지역

맛깔스러운 음식을 위한 기본인 양질의 재료 공급 -향신료, 쌀, 코코넛, 해산물, 채소 등- 에 있어서 천혜의 환경을 지닌 남인도 께랄라주. 축복받은 기본 재료와 시간을 넘나 들며 아로 새겨진 국제적인 영향은 께랄라주가 독특한 향취를 지닌 맛의 근거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실히 설명해 준다.

맛보는 음식을 통해 이 지역의 이야기를 듣는다. 께랄라의 풍성한 자연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에 걸쳐 이 곳을 스쳐간 이국의 이야기를. 그렇게 내가 맛보는 음식을 통해 이들의 시공간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포트코친 지역

해산물 요리를 가장 잘 다루는 식당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머무는 포트코친은 유명한 여행지이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색채를 유지하는 맛깔스러운 식당들을 다수 품고 있다. 현지 코친 사람들도 훌륭하며 때로는 격식 있는 음식들을 맛보기 위해서 이 지역으로 부러 넘어와 미식을 경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 안에는 여행자에게도 유명하고 현지인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레스토랑 한 곳이 있다. 포트코친의 또다른 유명한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과 함께 이 곳은 같은 오너셰프 Benny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레스토랑 벽에 붙어 있는 신문 기사를 보면, 이 곳의 주인이자 셰프 Benny는 어렸을 때부터 천부적으로 요리에 재능을 지녔고 집안에서 맛보아왔던 께랄라만의 요리를 자신의 방식으로 재현하고 창조해 내면서 남인도 요리의 가치를 지켜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사람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듯했다. 시리안 크리스쳔(Syrian-Christian) 방식이라고 일컬어지는 홈메이드 요리를 바탕으로 께랄라 주만이 지닌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영향을 풍부하고 맛깔스럽게 창조해 내고 있다고 한다.


길거리 음식 (Street Food)과 진정한 현지 로컬 음식점들을 더없이 사랑하는 나지만, 언제나 뒷골목 허름한 곳에서만 음식을 맛보는 것은 아니다. :) 한 지역의 음식 문화를 조금 더 폭넓게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소박한 일상의 음식들뿐만 아니라 조금은 더 격식 있는 음식 양 쪽을 오가며 모두 맛보는 것은 한 곳의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터키를 여행하던 마지막 날 밤 이스탄불의 옛 궁정요리 식당에서 맛보았던 고급스럽고 부드러우며 깊었던 음식의 맛은 갑자기 블루모스크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내리기 시작하던 눈과 함께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간직된 아름다운 한 장면이 되어 주었다.

이란 에스파한의 아름다운 식당에서 맛본 요리들

또 전형적인 배낭여행자의 행색으로 이란을 여행할 때 에스파한에서 부러 찾아 갔던 고급 식당에서 먹었던 석류와 견과류를 함께 오랫동안 조린 스튜는 그 새로운 맛으로 나의 혀와 뇌에 깊이 자리잡았다. 덕분에 나의 이란 여행을 조금 더 풍부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색을 덧입혀 주기도 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이 경험이 후에 인도 무굴 제국의 궁중 요리와 궤가 닿아 있는 요리의 전래 과정을 온전히 경험적으로 알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코친에서의 나의 경험은 또 어떤 재미난 기억을 남겨 줄 수 있을지. 이왕이면 특별한 날에 맞춰 가고 싶기에 여행 기간 한 가운데에 있던 생일날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코친, 혹은 께랄라에서 가장 유명한 해산물 요리 중의 하나는 민 뽈리짜뚜(Meen Pollichatu)이다. 특유의 맛깔스러운 생선에 남인도의 훌륭한 향신료를 덧입혀서 바나나잎으로 감싼 뒤 이를 쪄서 내는 요리! 특히 이 곳의 발효쌀 팬케익인 아빰 혹은 우리 나라의 뻥튀기같은 형태의 렌틸콩 반죽 튀김인 빠빠드와 함께 먹으면, ‘게 눈 감추듯 먹는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 경험할 수 있는 요리다.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남인도 요리는 한국 사람들이 딱 좋아할 만한 맛과 간, 향을 지닌 요리이다. 정말 신기하리만치!

민 뽈리짜뚜. 바나나잎 생선찜 요리.

고민이 거듭될 만큼 메뉴 속 요리들은 너무 많았고, 모든 것들을 다 맛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민 뽈리짜뚜는 예전의 기억으로 일단 대체하기로 하고, 이 곳의 주특기라고 하는 코코넛 프로운 망고 커리남인도만의 코코넛 라이스를 함께 주문했다. 처음에는 어떤 음식과 먹는 게 좋을까 고민했지만, 이럴 때에는 역시 담당자의 추천을 따라서! 코코넛 라이스의 향과 정말 잘 어울릴 것이란다. 무조건 그 조언을 따라서 호기롭게 주문한다.

커리의 맛에 앞서, 저 코코넛 라이스에 대해서 먼저 얘기하고 싶다. 늘 모든 걸 맛있고 새롭게 받아 들이며 맛있는 음식에 감탄하는 나지만, 이 코코넛 라이스는 정말이지 내가 먹어본 쌀로 지어진 밥 중에서 가장 향긋하고 풍부한 맛을 지녔다. (물론 언제나 가장 맛있는 밥은 갓 지어진 김이 솔솔나는 밥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 매니저의 추천에 따라 코코넛 라이스를 주문하기는 했었지만, 사실 쉽게 추측되지가 않았다. 코코넛 특유의 약간은 느끼한 맛이 있지 않을까 혹은 밥과 코코넛이 겉돌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고소한 기름에 약간의 허브, 이 곳의 향신료와 함께 볶아낸 코코넛 라이스는 그 자체로 완벽한 한 끼 요리였다. 밥을 한 술 뜨고서 한 생각은 이 코코넛 라이스만으로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겠다는 것이었다. 진심으로 얼마나 아껴 먹었던지. :) 맛과 향, 간에 있어서 완벽하고 풍요로운 쌀밥이었다. 고소함과 향긋함의 극치!


게다가 프로운 망고 커리 역시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맛이었다. 그 전에 바르깔라나 코친에서 해산물 커리를 맛보았기에 어느 정도 맛을 예상을 하고 있던 나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일반 새우(shrimp) 몇 배 크기의 프로운(prawn)은 방금 바다에서 건져온 것 마냥 씹을 때 통통거리는 식감이 아주 맛났다. 먼저 커리 한 입만 맛보았을 때에는 이 곳의 다양한 향신료가 어우러진 맛이 그렇게 풍부하고 깊을 수가 없었다. 정말 깊은 향신료의 맛이 신선한 해산물과 만나서 요리되었을 때 어떤 조화를 내는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깊었던 커리의 맛이 마지막에는 망고의 깔끔한 맛으로 인해서 입안에서 아주 깔끔하고 기분좋게 정리되어 버린다는 사실! 전혀 과하지 않을 정도의 새콤한 맛으로 말이다. 그 깊은 맛과 깔끔한 맛의 조화가 너무 신기해서 몇 술을 떠서 먹어보았다.

그렇게 그 자체로 이미 맛있고 향기로운 코코넛 라이스에 커리를 슥삭해서 먹어 보니 너무 맛있고 향기로워서 한 술 한 술이 아쉬워졌던 것이다. 입 안에서 그야말로 수많은 다채로운 향이 한 번에 어우러지고 있었다. 내 입 안에 모든 께랄라의 향이 넘실대고 있었다고 한다면 과장이려나. :)


마지막 마무리는 망고 라씨(인도의 요거트류)! 망고 라씨는 내가 먹어본 중 가장 깔끔하고 달콤했다. 진정한 망고 스무디가 어떤 것인지 보여 주는 맛.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망고 라씨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맛이 딱 좋다.

그리고 코친을 떠나기 전날 나는 이 곳을 한 번 더 방문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 새로운 요리를 맛보자 싶었지만, 그 전의 커리가 너무 맛있었기에 다시 한 번 그 맛을 꼭 간직하고 떠나고 싶었다. 비슷한 요리로 주문해서 또 다른 행복한 저녁 시간을 가졌다.


무슬림 지역의 비리야니(Biryani)를 맛보다


코친의 식당 중 가보고 싶은 한 곳이 있었다. 북인도에서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자주 먹었던, 우리 나라 단어로 어쩔 수 없이 ‘볶음밥’ 정도로 번역할 수밖에 없는 비리야니(Biryani)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식당이라는 얘기를 거듭 들었기 때문이다. 비리야니는 인도의 무슬림 지역에서 주로 맛볼 수 있는 요리로, 밥을 고기와 야채와 함께 기름에 볶아낸 음식이다. 필라프(pilaf) 혹은 뿔라오(pulao)라고 주로 불리는 볶음밥 요리는 전 세계 곳곳의 나라들이 비슷한 형태의 요리를 지니고 있는데, 주로 그 연원을 그 옛날 페르시아의 'polow'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우즈베키스탄의 플롭(plov)을 보면서 인도의 비리야니와 거의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인도에서는 뿔라오와 비리야니가 약간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한데, 뿔라오에 비해 비리야니가 조금 더 기름을 많이 쓰고 오랫동안 조리해서 고기가 훨씬 더 부드러우며 들어가는 양념 역시 살짝 다르다고 한다. 이밖에 다른 설이 있지만, 비리야니는 그 자체로 완벽한 한 끼 식사이자 요리이다. 특유의 풍미와 향으로 인해 정말 맛있는 비리야니를 요리해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각 지역마다, 요리를 하는 식당마다 각자의 재료와 비법에 따라 다른 맛을 만들어 내는 요리. 특히 북인도의 펀자브와 럭나우, 중부의 하이데라바드 지역은 훌륭한 비리야니로 유명한 지역들이다.


재미있게도 께랄라 지역의 비리야니는 그 옛날부터 이루어진 국제적인 교역 시기에 아랍인들을 통해서 직접 이 곳에 전래되었다는 설이 존재한다. 께랄라 주에서 풍부하게 재배되는 쌀문화와 어우러져, 아랍의 뿔라오가 이 곳에서 더욱 맛깔스럽게 정착하게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게 되는 지점이다.


포트코친에서 마탄체리 지역으로. 비리야니를 맛보러 가던 길의 풍경.

내가 방문한 식당은 머튼 비리야니와 치킨 비리야니가 특히 유명한 곳이었다. 이 곳은 포트코친에서 마탄체리로 가는 길 중간 즈음에 있는 무슬림 거주 지역에 위치해 있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서양풍의 포트코친에서 마탄체리로 가는 길은 이렇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나 싶을 만큼 삶의 거친 냄새가 풍겨 오는 여정이었다.

식당의 외관 역시 허름하기 짝이 없다. 입구에 계속해서 들고 나는 사람들의 존재가 아니라면, 이 곳이 식당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법한 그런 허름하고 전혀 꾸밈이라고는 없는 단층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들어서니 역시 멋이라고는 없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 있는 테이블들이 쭉 펼쳐져 있다. 주인 아저씨가 풍기는 분위기에서부터 무슬림들의 지역에 들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번잡한 식사 시간 직전에 찾아갔던 터라 비어 있는 테이블에 쉽게 앉을 수가 있었다.


머튼 비리야니

서너 명은 족히 나눠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비리야니가 내 앞에 놓였다. 양에 먼저 놀란 후, 손으로 먹을 생각에 손으로 비리야니를 슥삭슥삭해보니 기름이 넘치게 미끌거릴 정도로 많이 묻어 나온다. 밥알이 뭉쳐지지 않고 하나하나 떨어져 손에서 미끄러질 것 같아서 숟가락을 집어 들기로 한다. 밥알 하나하나에 양고기 기름이 코팅된 듯한 느낌이다. 외관만 보고서, '어? 생각보다 양고기는 별로 안 들었네?' 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엄청난 오산이었다. 비리야니 윗면을 조금만 걷어 내니, 안에 말 그대로 숭덩숭덩 엄청 큼지막하게 썰어진 양고기들이 곳곳에 있다. 혹자는 뿔라오와 비리야니의 차이가 이 부분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비리야니는 두 층으로 쌓인 밥 중간에 고기로 이루어진 층이 들어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의 경험을 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닌 듯하다.

그 맛이 궁금해 우선 한 입 정도를 뜯어 내어 소스 없이 맛을 본다. 역시 양고기가 맛 없기도 어렵지만, 정말 고소하다. 기분 좋을 정도의 적당한 양고기의 향이 올라 오고, 질겨 보였던 것과 달리 육질은 정말 부들부들하다. 얼마만의 양고기인지! 무슬림 지역에서 식사를 한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나기 시작하다. 그리고 함께 나온 춘장 비슷해 보이는 소스에 찍어 먹어 보니, 예상외로 매우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밥 위에 살짝 두르고 숟가락으로 비벼 본다. 비리야니의 느끼함을 잡아줄 수 있는 딱 적당한 간의 짭잘한 소스였다. 매코한 소스도 있었는데, 나는 짭잘한 검은 소스에 손이 더 갔다. 어느 정도 먹다 보니, 양고기 기름으로 입 안이 조금씩 느끼해지기 시작했는데, 그 때서야 접시 위에 있던 양파가 왜 꼭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경험적으로 이해되었다.


어느새 주위를 둘러 보니, 꽤 큰 식당이 가득 차 있고 시끌시끌했다. 주로 4-5명의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와서 이것저것 고기 요리를 시키고, 비리야니를 하나 시켜서 나눠 먹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그들처럼 다른 요리와 함께 비리야니를 맛보는 정도로 먹었다면 비리야니를 훨씬 더 풍성하게 맛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양의 비리야니 하나만을 내 앞에 두고 먹다 보니, 마지막에는 약간 느끼한 맛이 많이 남게 되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 곳의 제대로 된 비리야니를 접해 보고, 오랜만에 양질의 영양과 칼로리를 몸에 비축해 두는 시간으로도 내겐 충분히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모든 음식에 실패는 없다. 맛있든 그렇지 않든 좋은 경험이 있을 뿐. :)


그 밖에

한 식당에서 맛보았던 밀즈.

함께 시킨 생선 구이는 매콤하게 맛깔스러운 맛! 이거 하나면 밥 한 공기는 뚝뚝할 수 있는 그런 께랄라의 완벽한 음식이다.

이번엔 남인도의 완벽한 디저트, 바나나 프리터(banana fritter)! 겉은 완전히 바삭하고, 속은 정말 부드럽고 달달한 바나나의 맛 그대로. 이 둘의 조화가 얼마나 맛있는지는 맛보아야만 안다. :)


현지인들의 식당에서 맛본 음식.

첫 눈에 주인이 축구를 미칠 듯이 좋아하나 보다 싶었다. :)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인도의 한 동네에서 그들을 애타게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나 모르겠다. :)

머쉬룸 마살라와 함께 주문한 발효쌀 팬케익 아빰 한 장과 밀로 만든 뽀로따(parotta / porotta) 한 장. 남인도 무슬림 지역에서 밀로 만든 크레페같은 음식으로, 단면을 보면 아주 얇은 층이 겹겹이 있어 먹는 맛이 아주 재미있고 풍성한 음식이다. 생각만큼 자주 볼 수가 없어서 눈에 보일 때 바로 주문해서 먹었다.


홈스테이 음식들

홈스테이를 하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요가를 지속적으로 수련하는 요기 주인 부부와 친구같이 지내게 되면서, 아침에 함께 그들의 음식에 숟가락 하나만 얹어서 먹고 함께 차나 커피를 끓여서 나눠 먹으며 이 얘기 저 얘기 웃으며 나누다 보면 어느새 점심 시간이 된다. 그러다 또 자연스레 '지은, 점심 먹을래?' 하면 어느새 점심 식사에 나의 숟가락이 하나 더 올라가 있을 만큼, 그들의 생활을 옆에서 꽤 가까이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들은 근처에 사시는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신 음식을 가져 와서 자신들이 간단히 조리한 음식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덕분에 이 곳 어머니의 손맛 어린 홈메이드 요리를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주로 쌀로 만들어진 주식과 채소볶음류, 코코넛밀크와 함께 조리한 코코넛 커리류, 혹은 이 곳 향신료와 함께 만든 커리와 함께 했다. 한국의 반찬과 매우 유사해 보이는 채소볶음들은 향긋하고 고소하며 담백해서 우리의 입맛에도 매우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친숙한 음식들이었다. 게다가 이 곳에서 풍족히 재배되는 쌀을 기본으로 변주한 다양한 쌀요리들로 인해 매우 친근하고 반갑게 이질감 없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소화가 너무 빨리 되어 금방 허기가 다시 져버리는 아주 큰 단점이 있었다. :)



아침 식사로 많이 먹는 아빰과 코코넛 커리. 촉촉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


어머니께 요리를 배우다

어느 날 홈스테이의 다른 여행자들이 주인 부부의 어머니께 요리를 배우기로 했나 보다. 부부가 같이 할래 하고 권한다. 늘 맛보던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퍽 궁금해서 함께 해보았던 특별한 시간의 기억들. 사실 그보다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움 넘치셨던 엄마에 대한 기억이 더 큰 부분으로 남아 있는 시간.

바로 갈아낸 포슬포슬한 생코코넛은 께랄라 음식의 주재료가 된다.
남인도의 다양한 향신료들과 허브, 야채들
집 바로 밖의 풍경. 향신료 타마린드가 곳곳에 매달려 있다 .코코넛도 지천이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타마린드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타마린드는 특유의 강한 향을 지니고 있는데, 함께 조리되는 음식과 양념의 종류에 따라 단 맛 또는 새콤한 맛을 추가해 주는 인도 요리의 주요 향신료! 대부분의 인도 요리- 커리, 처트니,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에 사용되는 없어서는 안 될 재료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대도시인 만큼, 코친은 내게 음식만으로도 여행할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 고작 몇 개를 먹어본 것이 작디 작은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얼마나 반갑고 마음이 놓이는 일이던지.


복잡하고 경적 소리로 정신 없는 대도시의 길 한복판과 골목골목을 걷다가, 그저 맛있어 보여 이끌리는 궁금한 곳들에 바로 들어가 앉아서 어떤 음식이든 시켜서 맛보고 그 공간의 분위기와 시간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고 맛있는 경험일까? 생각만 해도 기대감이 한껏 피어 오르는 행복한 시간들이다.


그렇게 늘 그들의 음식을 통해 내가 있는 장소와 한 발짝 더 친근해지고 싶고, 때로는 감탄 어린 낯선 감동을, 때로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들이 지니고 건너온 시간들의 작은 한 자락이나마 함께 느껴보고 이해해갈 수 있는 의미있는 순간들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에!

코친 여행은 이제 시작인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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