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취향 - 인상주의에서 동시대 미술까지

29. 잭슨 폴록

by 수지유지


1. 생애: 고독한 반항아에서 현대 미술의 아이콘으로

잭슨 폴록(1912~1956)은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여러 지역을 떠돌며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내면의 울분과 알코올 중독으로 평생 고통받았습니다. 1930년대 뉴욕에서 토마스 하트 벤턴에게 미술을 배웠으나, 전통적인 화법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1940년대 후반, 캔버스를 바닥에 뉘어놓고 물감을 흘리는 '드립 페인팅(Drip Painting)' 기법을 창안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명성의 압박과 정체성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1956년 자동차 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2. 작품: 캔버스 위의 거대한 에너지

폴록의 대표작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복잡한 선들의 엉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대표작: <가을의 리듬(Autumn Rhythm)>, <No. 5, 1948>, <심연(The Deep)> 등.

* 특징: 이젤을 치워버리고 캔버스를 바닥에 깔았습니다. 붓으로 그리는 대신 막대기나 나이프를 이용해 물감을 뿌리고, 흘리고, 끼얹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는 결과물만큼이나 '그리는 행위(Performance)' 자체가 예술이 되는 혁신을 보여주었습니다.


3. 미술 사조: 추상표현주의와 액션 페인팅

폴록은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 액션 페인팅: 비평가 해롤드 로젠버그는 폴록의 작업을 '액션 페인팅'이라 명명했습니다. 캔버스는 이제 대상을 재현하는 창문이 아니라, 화가가 투쟁하고 움직이는 '사건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 올-오버(All-over): 중심과 주변의 구분이 없는 화면 구성을 통해 관람객이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4. 잭슨 폴록의 선택이 문명에 미친 영향

폴록이 선택한 '무의식적 분출'과 '우연성'은 서구 문명의 이성 중심주의에 균열을 냈습니다.

* 미술 중심지의 이동: 폴록의 등장으로 현대 미술의 중심지는 파리에서 뉴욕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문화적 패권을 쥐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 전통의 파괴: "예술은 아름다워야 한다"거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며, 이후 등장하는 팝아트, 미니멀리즘, 퍼포먼스 아트의 탄생에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5. 잭슨 폴록의 취향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나?

그의 거칠고 자유로운 스타일은 단순히 미술계에 머물지 않고 현대인의 미적 기준을 바꾸었습니다.

* 무질서 속의 질서: 사람들은 이제 완벽한 대칭보다는 불규칙한 패턴(프랙탈 구조)에서 아름다움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 디자인과 패션: 폴록의 드립 페인팅 기법은 현대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패션 프린팅 등에 영감을 주어 '우연이 만든 패턴'의 멋을 대중화시켰습니다.

* 예술의 민주화: "나도 저렇게 그릴 수 있겠다"는 도발적인 생각을 대중에게 심어줌으로써, 예술이 특별한 기술의 전유물이 아닌 '에너지의 표현'임을 깨닫게 했습니다.


6. 예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잭슨 폴록의 예술을 통해 우리는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태도를 배웁니다.

* 해방과 치유: 폴록이 내면의 고통을 캔버스에 쏟아냈듯, 예술은 인간의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는 통로가 됩니다.

* 과정의 소중함: 결과 지향적인 사회에서 폴록은 '그리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삶의 목적지만큼이나 그 과정에서의 움직임과 선택이 소중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 자유의 확장: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고의 확장은 우리 삶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