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취향 - 인상주의에서 동시대 미술까지

30. 마크 로스코

by 수지유지


[추상 너머의 감정: 마크 로스코의 예술 세계]

1. 생애: 이방인에서 시대의 거장으로

마크 로스코(1903~1970)는 라트비아 출신의 유대인 이민자로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예일 대학교를 중퇴하고 뉴욕에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초기에는 초현실주의와 신화적 주제에 몰두했습니다. 그러나 전후(戰後) 인류의 비극을 목도하며, 구상적인 형태로는 인간의 깊은 감정을 담아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평생을 우울증과 고립감 속에 살았던 그는 1970년 자신의 작업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남긴 거대한 색면들은 현대 미술의 가장 성스러운 유산이 되었습니다.


2. 작품: 색면 추상(Color Field Painting)의 정수

로스코의 전성기 작품들은 거대한 캔버스 위에 두세 개의 부드러운 사각형이 떠 있는 형태를 띱니다. 그는 이를 '멀티폼(Multiform)'이라 불렀습니다.

* 특징: 경계가 모호한 색의 덩어리들이 층층이 쌓여 깊이감을 만들어냅니다.

*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 그의 예술 철학이 집대성된 장소로, 종교적 상징 없이 오직 어두운 색면만으로 인간의 실존적 고독과 경외감을 마주하게 합니다.


3. 미술 사조: 추상표현주의와 그 너머

그는 잭슨 폴록과 함께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의 중심에 있었지만, 폴록의 '액션 페인팅'이 신체적 역동성을 강조했다면 로스코는 정적인 '색면 추상'을 개척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단순히 '색'이나 '형태'로 읽히기를 거부했습니다. 대신 색채를 통해 비극, 황홀경, 운명과 같은 근원적인 인간의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4. 마크 로스코의 선택이 문명에 미친 영향

로스코는 '장식적인 예술'을 거부하고 '치유와 명상으로서의 예술'을 선택했습니다.

* 예술의 본질 회복: 현대 문명이 잃어버린 영성과 숭고함(The Sublime)을 현대 미술의 영역으로 다시 가져왔습니다.

* 공간의 재정의: 그의 작품은 관객이 단순히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공간적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이는 현대 건축과 공간 디자인이 심리적 안정감을 우선시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5. 마크 로스코의 취향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그의 절제된 미학(Minimalist Aesthetic)과 깊이 있는 색채 조합은 현대인의 '취향의 기준'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 미니멀리즘의 선구: 복잡한 수식 없이 본질만 남기는 그의 스타일은 현대 디자인, 가구, 패션 전반에 흐르는 '미니멀리즘'의 철학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 색채 심리학의 대중화: 색이 인간의 심리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현대의 공간 테라피나 컬러테라피 개념이 확산되는 데 기여했습니다.


6. 예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로스코는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림을 그릴 때 가졌던 것과 똑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감정의 거울: 예술은 우리가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한 슬픔이나 고독을 마주하게 하고, 이를 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합니다.

* 존재의 확인: 바쁜 현대 사회에서 예술은 우리를 멈춰 서게 합니다. 로스코의 거대한 캔버스 앞에 서는 것은, 소음 가득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존재와 고요하게 대면하는 귀중한 시간을 갖게 합니다.

"나는 추상주의 화가가 아니다. 나는 오직 비극, 황홀경, 파멸 등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 마크 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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