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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Agent Jan 10. 2021

스포츠 산업을 모른다면 에이전트 절대 하지 마라(1)

나는 왜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었는가?

나는 왜 에이전트가 되었는가?

스포츠 산업을 모른다면 에이전트 절대 하지 마라(1)

스포츠 산업을 가르치는 자의 자격 조건




2007년 미국서 박사를 마치고 국내에 돌아온 지 햇수로 14년이 지났다. 미국과 한국에서의 강사 생활 3년을 마무리하고 교수로 임용된지는 12년. 그러니까 본인은 무려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학교에서 소위 ‘교수질’을 하고 있다. 석사 과정과 실무 경험까지 합친다면 살아온 인생의 절반 가까이 되는 20년 가까운 시간을 스포츠 산업의 현장에서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15년의 기간 동안 스포츠 산업 관련된 과목은 거의 다 가르쳐 봤으니 그 종류만 해도 여러 개다. 스포츠경영학, 스포츠마케팅은 기본이고, 스포츠경영 컨설팅, 스포츠이벤트, 스포츠커뮤니케이션, 스포츠시설관리론, 스포츠재무론 등 참 많이도 가르쳐왔다. 지금이야 스포츠 산업의 규모가 80조에 육박하고 손흥민 류현진 등 스포츠 스타를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가르쳐야 할 학문의 대상으로 바라본 스포츠 산업은 절대 만만치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포츠 산업은 순수 학문이 아닌, 응용학문이기 때문이다.      


응용학문이란 무엇인가?


스포츠 산업이란 무엇인가? 스포츠 산업에 대해 쓴 본인의 논문들이나 외부 칼럼을 여기에 풀어쓰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스포츠 산업이란 결국 프로스포츠, 스포츠 비즈니스, 스포츠마케팅, 메가스포츠 이벤트 등, 스포츠를 통한 용품이나 사업, 혹은 프로스포츠 등과 같은 '보이는 결과물'로 이해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래도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이곳의 링크를 참고하길 바란다.)



따라서 스포츠 산업의 정의를 결과물로 이해하다 보면 스포츠 산업의 정의와 그 종류는 아마도 수십 여개에 달할 것이다. 그러므로 스포츠 산업의 정의보다는, 이에 선행되는, 응용학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이 보다 일반적인 접근법일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응용학문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응용학문은 사회의 필요에 의해 태동된다. 사회의 필요에 의해 태동되었다는 말은 결국 사회의 필요성을 만족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즉, 응용학문 연구의 당위성은 사회의 필요를 충족시켜, 궁극적으로는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둘째, 응용학문은 기본적으로 순수 학문에서 파생되지만 사회의 필요에 의해 변화되고 융합되어 새로운 학문으로 발전한다. 즉, 응용학문은 모학문에서 파생된 일종의 ‘외전’과 같은 학문이지만 그 자체로 상당한 전문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들이 서로 융합하며, 그 자체로 새로운 학문으로 발전한다. 대표적인 응용학문인 경영학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람과 관련된 ‘인사 관리’와 돈과 관련된 ‘재무-회계 관리’는 그 자체로 사람과 돈이라는 직접적 공통성이 없는 분야이다. 하지만 ‘조직의 성공적 경영’이라는 대명제안에서 이 두 가지 분야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들이다.      


스포츠 역시 대표적인 응용학문의 영역이다. 스포츠라는 단어는 함께할 때 무엇이든 꽤나 멋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스포츠 음료, 스포츠 의류, 스포츠 안경, 스포츠 속옷.. 무엇이든지 스포츠와 함께라면 말이 될 만큼 스포츠의 범용성은 매우 높다. 서로 간의 이질감이 높은 개체들도 스포츠와 만나면 새로움과 동시에 동질성도 갖게 된다.


스포츠 시계, 속옷, 음료.. 스포츠는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높은 범용성을 가지고 있다.


학문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라는 거대 학문 분야에는 스포츠 경영학은 물론, 스포츠 생리학, 의학, 철학, 역사, 운동학습, 교육학, 사회학, 심리학, 정보학 등 정말 이질적인 학문의 세부 영역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다양한 학문은 1차적으로는 인간의 움직임과 신체라는 공통된 주제에 대한 이해에서, 인간과 사회에 존재하는 스포츠에 대한 다양한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지고 발전된 학문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응용학문인 스포츠, 그중에서도 스포츠 경영학이나 마케팅 등이 주를 이루는 스포츠 산업을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학문을 통해 실제 스포츠 산업 실무의 필요성을 만족시키고 스포츠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스포츠에 대한 사회의 필요성, 스포츠를 통한 사회로의 공헌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 스포츠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 산업 종사자는 스포츠에 대한 사회의 필요성과 스포츠를 통한 사회로의 공헌성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스포츠 산업을 가르치는 자는 어떤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할 것인가? 그렇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국내외 스포츠 산업의 최신 뉴스를 모두 팔로우업하고 이해하고 있어야 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한 끊임없이 연구하고 논문을 쓰며 스포츠 산업 현장이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이론적/지식적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두려움 없이 최신 실무를 경험하는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것 역시 스포츠 산업이란 응용학문을 가르치는 자의 숙명이다.


스포츠 산업은 매일 전 세계적으로 최신 뉴스와 다양한 정형, 비정형의 빅데이터가 쏟아져 나오는 융복합의 영역이다. 교수가 십여 년 전에 쓴 박사 논문이나 수업 교과서에 의지하고 있다가는 쉽사리 뒤처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뒤쳐짐은 학생들이 가장 먼저 눈치채게 될 것이며, 가장 큰 피해자 역시 학생들이 될 것이다.


스포츠 에이전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자문해 보자.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의 에이전트들 중 과연 스포츠에 대한 사회의 필요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스포츠를 통한 사회로의 공헌성을 직업적 소명으로 삼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라고 불릴만한 에이전트들이 얼마나 될까? 스포츠 산업에서 항상 욕을 먹는 특정 직군에 에이전트는 그동안 늘 포함되지 않았나?


그렇다. 이와 같은 가르치는 자로서의 자격에 대한 고민과 스포츠 산업 현장에 대한 아쉬움이 나로 하여금 무모한 도전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난 스포츠 에이전시를 창업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에이전시의 이름도 '좋은스포츠', 영어명은  'Faithful Sports' 이다. 한국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좋은스포츠'를 넘어 '신실한 스포츠'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까?


이토록 세속적인 스포츠 판에서 과연 나는 그리고 좋은스포츠는 being faithful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고민이 역설적으로 계속 나를 버티게 하고 또 힘들게 하는 질문들이었다(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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