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주린 Sep 20. 2020

ENTJ라면 좋아할 싱가포르 대학

싱가포르에서 공부 중입니다

 여전히 유행 중인 mbti 분석에 따르자면 나는 ENTJ, ‘대담한 통솔자’ 유형에 속한다. 

이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무료 성격유형검사 | 16 Personalities (어디까지나 참고만!)

 [ ENTJ : 대담한 통솔자 ]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이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 다른 것은 모두 부차적일 뿐입니다.'


mbti 분석이 모두에게 100% 정확하게 적용되진 않지만, 강한 추진력/충동성/효율성 추구라는 기질을 갖고 있는 나에겐 싱가포르의 대학 커리큘럼이 최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싱가포르는 교육열이 말도 못하게 심하다. 오죽하면 초등학생이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올 정도니까 말이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고 유치원생부터 방과 후 수업은 기본,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의 부유한 가정에서 유학 온 친구들과 경쟁해 싱가포르 국립대를 목표로 고액 과외를 발판 삼아 공부에 열을 올린다. <스카이캐슬>처럼 학생-선생님 매칭 시스템이나 한시간에 20만 원이 훌쩍 넘는 수업도 인기가 많은 편이라, 학원에선 국가별 상담사도 배치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경쟁적인 분위기를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타입이 ENTJ 유형이다. 이들은 열띤 분위기 속에 있어야만 학구열이 불타고 노력하는 타입이라 오히려 이런 환경을 자발적으로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_Unsplash


1. 시간낭비를 싫어하는 ENTJ


-실용적인 학과 편성


 한국 대학은 전공 선택의 폭이 비교적 넓은 편이다. 현재 축소하는 추세긴 하지만 언론이나 철학, 문학, 역사학 등의 깊이가 있는 학문을 배울 수 있는 대학이 여전히 많다. 반면 싱가포르는 굉장히 실용적인, 취업에 아주 유리한 프로그래밍/경영/디자인/교육 등의 학과 중심으로 소수 편성이 되어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돈 되는 학문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전문 기술을 습득하고 바로 취직할 수 있는 필수적인 전공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도가 전공에 반영된 것. 그만큼 장단점이 명확하다.


만약 당신이 사색을 좋아하거나 이윤과는 상관없이 의미 있는 창작이나 탐구에 흥미를 두고 있다면 다소 답답할 수 있지만 기술 습득이나 학위 취득, 빠른 취업 등이 목표라면 이만한 곳도 없다.


-짧은 시간에 학위 취득


 우리나라는 미국의 커리큘럼을 본떠 1학년 때 교양이나 자율전공 등의 수업으로 학기를 시작해 휴학이 없다면 4년 후 졸업을 한다. 반면 싱가포르는 영국의 교육 방식을 바탕으로 주로 1학년부터 바로 전공 지식을 배운다(대학/전공에 따라 상이). 


대학원 과정은 주로 1년, 대학도 3년제라 만약 기본 지식이 있는 편입생이거나 직장인이라면 더욱 유리한 조건의 공부 환경이다. 나 같은 경우엔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편입생 입학, 8개월 만에 영국 대학 학위(싱가포르 대학과 연계)를 취득할 수 있는 루트로, 취업 준비를 동시에 하기 부담이 없도록 계획했다.


2. 과정보다 목표 지향형이면


 일하는 과정에 의미를 두기보다 결과에 칭찬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ENTJ. 


내가 싱가포르 대학이 가장 다르다고 느낀 건 교수의 교육 방식이다. 첫날 오티 수업에서 교수는 '모든 걸 그때그때 떠먹여 주진 않기 때문에 직접 찾고 작성하고 배워야 한다.'는 말을 했다.


어찌 보면 갓 입학한 신입생에겐 잔인한 말이다. 소과제 제출, 팀 발표 등으로 최종 과제 전 피드백을 일일이 받는 대신, 논문이나 파이널 프로젝트 등으로 내가 터득해온 지식을 일종의 '최종 전시' 형태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


현재 내가 듣고 있는 수업들은 작은 과제물을 평가받는 시간을 절약하고 그 대신 최종 결과물을 위해 달려가는 프로젝트 형의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건 선택한 전공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 일반화 하긴 어렵지만, 같은 미디어 전공수업을 한국 대학에서도 수강한 바 있는 나로서는 '결과 중심의 평가방식'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보인다.


3. "조장은 내가 할게, 자료조사는 누가 할래?"


-다른 ENTJ도 마찬가지일 것 같지만 나는 내 방식과 속도로 일정을 이끌고 컨트롤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히려 개인과제 평가 비율이 월등히 높은 점이 유독 맘에 들었다. 내가 나라는 팀원 하나만 챙기면 원하는 시간 내에 원하는 퀄리티의 작업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모든 사람이 조별 과제를 싫어하려나?)


현재 내가 다니는 대학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팀 과제가 있지만 개인과제 비중이 월등히 큰 편이다. 결국은 같은 시간 안에 자기 역량을 얼마나 키우냐에 학점이 달린 것. 


또 수업 안에서 토론하고 주장하고 답을 찾아내는 비율이 한국과 비교해서 더 많이 때문에 자신만의 확고한 주장이 있으면 눈에 띄기 쉽다. 특히나 영어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조금은 이기적, 자기중심적인 ENTJ형이 덜 주눅 들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나처럼) 모국어로는 금방 분위기를 이끌지만 영어로 이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면 금방 쭈구리가 되기 쉽다는 점.


그래도 영어와 새로운 학문을 한 수업에서 동시에 배운다는 효율성이 ENTJ를 유혹하기엔 충분하다.


4. '변화'를 즐기는 ENTJ

    

-시간표는 고정돼 있을지언정, 학생들이 워낙 다양해서 마치 다른 수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함께 배우는 곳이 싱가포르 대학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면 한 가지 주제로 토론을 할 때마다 '요즘 중국인 친구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베트남엔 이런 일이 있었구나'를 듣고 접하면서 뇌에 새로운 방을 자꾸자꾸 만드는 것이다. 지루한 루틴을 탈피하려는 ENTJ에겐 변화가 가득한 싱가포르 공부 환경이 꽤 맞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나만 몰랐던 '응'카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