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함에 대하여

by 온은


여름, 해가 정수리를 꿰뚫을 듯 쏟아지는 오후. 삼청동 골목을 걷는다. 눈이 부시게 뜨거운 햇빛 속에서, 아이스크림을 손에 쥔 중학생들이 웃고, 반려견과 함께 나온 가족들이 그림자 아래를 따라 걷는다. 사람들의 여름은 조금씩 다르게 흘러간다.


그 무렵, 문득 시선이 멈추는 순간이 있었다. 꼭 한 분씩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할아버지들이 골목 사이를 건너가신다. 여름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단정하게,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고, 등을 꼿꼿이 세우고 걷는 모습.


그분들이 내 눈에 스치듯 머물다 사라질 때마다 나는 잠깐 멈춰 선다. 나는 반소매 옷 아래로도 등줄기에 땀이 차서 손바닥으로 식히기 바쁜데, 그분들은 어쩌면 저리도 흐트러짐 없을까. 어떻게 땀 한 방울 흐르지 않는 얼굴로 계절을 지나가실 수 있을까.


한동안 내 안에서만 맴돌던, 작지만 자꾸 마음에 남는 의문이었다.


그날, 그저 호기심으로 말했을 뿐인데, 옆에 있던 지인이 툭하고 말했다. “어쩌면 저분들에겐 옷을 갖춰 입는 일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의식일지도 몰라.”


어쩌면 정답 같았던 말. 하루의 시작에, 자신을 단정히 매듭짓는 일. 변함없는 일상 속에서도 매일의 자신에게, 다시 단호하게 다짐하는 일. 그건 어쩌면, 아주 작지만 하루에 대한 깊은 존엄일지도 모른다.


날씨보다도 더 버거운 것은 어쩌면 자신을 대하는 태도라는 걸, 나는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여름 한복판을 흐트러짐 없이 걸어가는 그 걸음엔, 어쩌면 그런 말 없는 다짐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따라가려면 아마도 한참 걸리겠지만, 되뇌어 보고 싶다. 조용히 마음을 여미는 의식 같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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