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만한 마음의 울렁거림에 대해 다루고 있다. 유치할 정도로 상황과 심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서 살짝 불편하기도. 불편했던 이유는 과거 내가 느꼈던 감정을 보아서일까?
자신보다 친구 관계가 중요한 아이들. 친구에게 스스로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이고, 무리 속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인지, 자신이 얼마나 단단한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이들에게는 무척 중요하다. 소설 속 '다현'은 과거 은따를 당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러한 경험 때문에 더더욱 현재 형성된 친구 관계를 놓고 싶지 않았을 거다. 친구의 다소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고, 선물 공세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다섯 손가락'이라는 그룹 안의 권력 관계가 짐작이 되었고, 그런 관계조차 놓칠세라 불안해하는 다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한편 무리 속 권력을 가진 아이 '아람'이 배척하는 멀쩡한 아이 '은유'가 순식간에 배척의 대상이 되고, 다현도 덩달아 그 아이와 말을 섞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누군가가 모두 싫어하는 아이에게 특별한 잘못이나 결점이 없다는 것을, 어떤 한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진 것이 그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다현이 은유와 모둠활동을 하고 말을 섞는 것을 친구들에게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것은 자신 또한 아람에게 밉보이고 배척당할까 하는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또한 그 시절을 겪어 보았기에 다현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소설에 단톡에서 늘 마지막 문자는 내 몫이라며 씁쓸해하는 다현의 모습이 나온다. 그 시절에는 이런 사소한 것까지 마음을 어지럽힌다.
다현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참 좋았다. 나 또한 힘든 일이 있으면 글을 써서 해소하는 편이다. 마음을 구구절절 털어놓을 대상이 없을 뿐더러, 글을 쓰면 내 감정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현은 '체리새우'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며 좀더 자신을 다잡아간다. 친구들에게 '진지충'으로 보일까봐 클래식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과 달리,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공간을 채운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연연하기보다는 '그냥 웃어'라고 말하며 보다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변화해간다. 그런 다현에게 새로운 친구들이 찾아온다.
나도 단단해지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일단 나 스스로를 좋은 사람, 단단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데도 참 오래 걸렸고 많은 경험이 필요했다. 관계 속에 머무르기 위해 자신의 빛을 없애기보다는, 자신을 빛내며 그 빛과 조화를 이루며 더 아름다운 색깔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생에서 의미있는 사람을 만날 기회는 늘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