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는 게 왜 이래도 자꾸 살고 싶을까

by 웬디금

10대엔 꿈이 나를 움직였고,

20대엔 열정이 나를 달리게 했다.


30대가 되니,

이제껏 내가 품어온 꿈과 열정을 자양분 삼아

마지막 스퍼트를 올려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쉬지 않고 배웠고,

닿는 모든 인연에 의미를 부여하며,

나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밀어붙이려 애썼다.

(그게 더 나은 방향인지도 확신할 수 없으면서 말이다.)


정말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다.

9년 동안 국내외의 5개 회사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옮겨 다니며

끊임없이 포트폴리오를 쌓고

내 존재를 증명하려 애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부풀려온 연봉이나 타이틀보다

마음 한구석에 남겨진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더 살고 싶은데, 왜 이렇게 버겁지?


결정적인 건,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잘나가는 대기업에 다닌다던 4050 선배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제 막 환갑을 넘기고 은퇴를 앞두신 사장급 임원 분의 미련 가득한 푸념에

마음이 덜컥, 가라앉은 그날이었다.

‘아, 나는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가야 하지?’


내 10년 뒤 모습, 20-30년 뒤 모습.

잘돼도 못돼도 저런 결론이라면 과연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을까?


그날 이후부터 나는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마치 밀린 설거지처럼 마음도 정리가 필요하고,

옷장 앞에 선 것처럼 지금의 나와 내 인생을 다시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대엔, 20대의 사회인으로서의 내가 기대됐고

20대엔, 30대가 되면 결혼과 함께 안정될 나를 기대했고

30대엔 은퇴할 무렵의 평온할 내 모습을 상상하며

단단한 이력서와 함께 탄탄대로를 만들어가면 될 줄 알았다.


정작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방향을 묻고, 속도를 고민하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고민은 더 정교해지고,

경험이 많을수록 결정은 더 신중해졌고,

경력이 쌓일수록 ‘나다움'을 지켜내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 고민은,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삶을 조금 더 잘 꾸려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인생이 이렇게 복잡한데도,

왜 자꾸 살아보고 싶을까?"


그래서 이 글을 써보기로 했다.

아직도 '사는 게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과,

어쩌면 몇 년 뒤에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나 자신에게

작은 편지를 띄우듯, 조심스레 건네는 이야기로.


신혼살림을 이제 막 시작한 것처럼,

‘인생’도 내가 꾸려가야 할 하나의 ‘살림살이’라면—

겁 없이 질러대던 결혼 준비 기간은 지나고,

어느덧 가계부도 살피고, 여유도 따지듯이


내 인생에도 (열정을 넘어)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시기가 찾아온 것 같다.


한 걸음 내딛는 것도,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도

왠지 조심스러워지는 서른 중반에 가까운 오늘.


이 글이 그런 나와 당신에게

단맛, 쓴맛, 신맛이 다 섞인

'우리네 인생 살림'

조금 더 유연하게 들여다보는

살림살이 에세이, 삶의 가이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