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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Oct 29. 2022

우리 아이 영어는 너무 늦은 건가요?


 요즘 영어 학습의 시작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보니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이 되어 영어학습을 시작하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이제 영어 공부도 시작해야지' 하고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은 커진다.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들은 영어 유치부 과정부터 시작되는 커리큘럼을 짜 놓고 어려서부터 그 커리큘럼에 따라 공부해 온 친구들을 데리고 반을 운영하거나, 신규로 아이들을 받더라도 그 커리큘럼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레벨테스트를 통과해야 받아준다. 이쯤 되면 엄빠는 자책하기 시작한다. 조금 더 일찍 영어를 시작하지 않은 자신을 자책하며 심지어 영어교육 시작 시점에 대한 의견이 달랐던 경우,  부부간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앞서도 계속 말했지만, 영어 학습의 시작점, 방법, 목표 등 모든 것들은 학습자 개개인의 역량과 상황, 심리 상태 등 수많은 요인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교육 시장의 커리큘럼에 우리 아이를 무조건 끼워 맞추려다 보면 좌절하게 되고,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의 학습에 도움을 주고자 선택하는 곳이 사교육 기관인데 사교육 기관이 평가하는 대로 부모도 같이 아이가 부족한 것처럼 인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매번 하는 말이 있다. "열여덟 살에 학교 영어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스물여덟 살에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내 수준에 맞춘 나만의 공부 방법을 찾아 꾸준히 하다 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늘 말해주곤 한다. 우리 아이가 늦어서 전전긍긍하고 계신 부모님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맞는 방법과 속도를 찾아 이제 시작하면 충분합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충분히 사고할 수 있는 언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와 사고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훔볼트(Humbolt)로 대표되는 '언어 결정론'에서는 언어가 인간의 의식과 사고, 세계관 등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훔볼트는 인간 사고의 내용과 구조가 언어에 의해 형성되며, 한 언어를 쓰는 민족은 그 언어가 부여하는 고통의 세계관을 획득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와 그의 제자 벤자민 리 워프도 인간은 모국어가 그어 놓은 선을 따라 자연을 분석한다고 하며 언어를 통해 사고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이론은 1950년대 후반 들어 비판을 받기 시작했고, 1960년대부터 노암촘스키(Noam Chomsky)의 등장으로 '언어 보편주의'의 시각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언어 보편주의는 언어가 표면적으로는 차이가 있어도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에 사고와 세계관의 차이는 언어가 아니라 문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언어와 사고의 상관관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언어와 사고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접하고, 수업을 통해 배우고,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모든 요소들을 언어를 통해 접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지식을 받아들이고 내재화시켜 자신만의 사고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충분히 사고할 수 있는 언어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에서 이중언어 학습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으면, 두 언어 모두로 충분히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모국어인 한국어의 발달이 우세하다. 아이들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상대적으로 영어 영상에 대한 노출이 늦었던 아이들과 영어로만 영상 노출을 했던 아이들을 비교했을 때, 한국어에 대한 노출이 많았던 전자의 아이들이 모국어 사용에 있어서 더욱 풍부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 같다. 영어교육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충분히 사고할 수 있는 한 언어에 대한 발달이 훨씬 중요하다. 영어 학습을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그동안 모국어에 대한 발달이 더 잘 이루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학습도 수월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8세에 시작한 영어 어떻게 지도하면 될까요?


  01. 인풋과 아웃풋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도한다. 


  만 7세가량이 되면 문자에 대한 학습을 할 준비가 된 아이들이 많다. (물론, 개인차가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 아이가 늦다고 절대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어려서 학습을 잘 한다고 해서 끝까지 잘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어려서 부족했어도 나중에 잘 해내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 이럴 경우, 인풋과 아웃풋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하면 좋다. 영어 듣기에 많이 노출시켜주면서 문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물론, 쉽지 않다. 왜냐하면, 문자 노출을 위해 만들어진 영상이나 학습 자료들이 너무 어린 유아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거나, 너무 학습식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유치해서 보기 싫어하거나, 공부라서 하기 싫어할 수 있다. 그럴 땐, 조금씩 쉬어가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칫 늦었다는 생각에 아이를 다그치다 영어에 대한 반감과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다. 



02. 영어에 대해 호감을 갖는 것이 먼저다. 


  학생들에게 영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영어는 파고드는 학문이라기 보다 운동처럼 매일매일 해야 하는 기능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언어이기 때문에 큰 노력 없이 반복을 통해 습득할 수 있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간혹, 학교에서 흔히 말하는 지능이 높은 것 같은데 영어를 잘 못하는 학생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대부분 매일 학습하지 못하는 '게으름'이 원인이 경우가 많다. 두뇌회전이 빠른 친구들은 한 가지 원리로 여러 가지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다. 그런데 언어는 일부 문법 공부에서는 그게 가능할지 모르나, 다른 영역에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문법도 워낙 예외가 많기 때문에 결국엔 연습과 반복이 답이다. 그런데 이렇게 매일 공부해야 되는 영어를 싫어하는 감정으로 공부를 시작한다고 생각해 보자. 매일매일이 끔찍할 것이다. 악기 연주도 음악이 좋아서 즐겁게 연주하는 경우에는 연습을 지속할 수 있지만, 그저 기능에 치우쳐 매일의 연습이 고통이라면 얼마 못가 그만두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영어 배우기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영어를 좋아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다. 




03. 아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이 리듬감 있게 듣고 따라 할 수 있는 노래를 통해 영어를 접하게 하는 것이다. 영어 영상은 나이와 인지 수준에 맞는 것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노래는 그렇지 않다. 나이와 상관없이 노래는 듣고 따라 하다 보면 저절로 익혀진다. 어른도 아이들의 동요는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듯이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이미 한글로 읽어서 익숙한 내용의 동화를 영어로 읽어주는 방법도 거부감 없이 아이들을 영어에 노출시키는 방법이다. 요즘은 유명한 동화 작가들의 책은 대부분 영어로 번역된 번역본들이 거의 출간되어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가 읽었던 일본 작가 요시다케 신스케의  'Still Stuck'과 같은 책은 '벗지 말 걸 그랬어'라는 제목의 한국어 책으로도 인기가 많은 책이다. 아이가 이 책의 한국어 버전을 즐겁게 읽었다면, 영어로 번역된 'Still Stuck'도 재미있게 읽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모국어로 익숙한 책의 영어 버전을 읽어주길 추천한다. 이렇게 아이가 거부감을 갖지 않을만한 콘텐츠로 아이가 영어에 대해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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