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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Sep 23. 2016

고양이가 돌아왔으면 좋겠어

- 이병률

떠나는 누군가를 붙잡기 위해 너무 오래 매달리다 보면
내가 붙잡으려는 것이 누군가가 아니라, 대상이 아니라
과연 내가 붙잡을 수 있는가, 없는가의 게임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게임은 오기로 연장된다.
내가 버림받아서가 아니라 내가 잡을 수 없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어 더 이를 악물고 붙잡는다.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분노한다.

당신이 그랬다. 당신은 그 게임에 모든 것을 몰입하느라
전날 무슨 일을 했는지 뒤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었다.
당신은 그를 '한번 더 보려고'가 아닌
당신의 확고한 열정을 자랑하기 위해 그를 찾아다니는 것 같았다.
그걸 전투적으로 포장했고, 간혹 인간적인 순정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끝나버린 후, 그 끝 지점을 확인하는 순간
큰 눈처럼 닥쳐올 현실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당신은.

그 무렵 나는 당신을 그 절망에서 꺼내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도화지를 기다랗게 말아 눈에 대고는
그것을 통해 단 한 가지만 보려 드는 당신.
그런 당신에게 어울리는 건 한참 느슨하고 모자란,
나 같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허나, 당신은 몇 년째 그대로였다.
여전히, 오랜만에 길가에서 마주친 나 같은 사람은
아침 신문에 끼여 배달되어 오는 전단지 같았다.
어떻게 그 모든 것들이 몇 년 전과 똑같은 그대로일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랑을 거둬버린 그를 향해
다시 사랑을 채우겠다고, 네 살 난 아이처럼 억지 부리는 일로
세상 모든 시간을 소진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신은 고장 난 장난감처럼
덜그럭덜그럭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낯선 곳에 가 있으면서 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균형을 잃은 지 오래이면서도 그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고양이처럼 돌아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찌 될 것인지, 어찌해야 할 것인지를
결코 당신이라는 고양이는 알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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