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는 시간이라는 자원이 있어. 근데 나는 이 자원을 보면 행복함보다는 고민이 생기지. 어떻게 보내면 제일 잘 쓰는걸까라는 생각에 틈 하나의 공간도 남겨놓지 않고 시간표에 모두 옮겨담고 말아.
일정이라는 칸막이에 꽉 채워진 시간들은 찰랑찰랑거리며 저마다의 색을 내지만 나는 왠지 그것이 예뻐보이지가 않네. 한방울의 여분이 남지 않은 시간, 끝까지 차버린 칸막이는 어떤 감상이나 영감도 주지 않고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이 턱턱 막히게 해. 더 답답한 것은 이렇게 꽉 채워 써도 내일 또 새로 나오는 시간을 나는 또 어떻게 채울지를 고민하게 되는거야. 이 일이 늘 반복되는거야.
시간은 축복인데 왜 그것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고생을 하는걸까. 어느덧 시간은 쓰는 것이 아닌 써야만 하는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어. 흘러간 시간에 나라는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를 않네.
그래서 앞으로는 칸막이를 치우고 그릇만 두어개 놔두려고 해. 시간이라는 물통에서 필요한만큼만 채우고 나머지 시간은 조용히 증발하게 놔두려고. 조금씩 줄어드는 시간 물통을 보며 나는 어딘가에 그 날의 흔적을 새겨놓겠지. 잔잔한 향기를 남기며 내일이 와도 내곁에 머무는 그런 흔적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