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을 살다

개 꼬리 잡기

by 병아리 팀장

개를 좋아하는 나는 어느 날 개 꼬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으리라 작정한 적이 있다.
자꾸 내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정신없게 하는 개, 그 개가 나를 떠나갈까봐 두려워 나는 개 꼬리를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돌출된 몸의 말단부가 잡히자 잠시 당황한 개는, 정성스럽게 꼬리를 잡은 내 손등을 핥고 힐끔 내 눈치를 보곤 했다.

손등을 핥는 것은 '그만 놔줘'라는 부탁의 표현.
힐끔 쳐다보는 것은 '나 힘들어'라는 애원의 표현.
세 차례의 반복된 행위에 내 속에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쑥쑥 커버려 그만 개 꼬리를 놓아버렸고 그 틈에 개는 얼른 나를 떠나 집으로 도망가버렸다.

잠시의 이별이 두려워 개 꼬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나. 그 철부지가 지금 커버려 또 다시 붙잡을 무언가를 주섬주섬 찾고 있다.
가족은 아니다.
친구도 아니다.
애인도 아니다.

그냥 무언가, 지금의 나를 지탱해줄, 지금껏 나를 살게 해준 얼마남지 않은 행운이 모래처럼 내 손에서 빠져나갈까봐 어떻게든 손을 뻗어 잡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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