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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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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Aug 17. 2017

어느 친구의 부고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너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느껴져."
그렇게 말했던 친구는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

그 친구가 다시 찾아와 내게 말했다. 
"너에겐 뭔가 새로운 것이 느껴져."
그렇게 말했던 친구는 TV에 출연하여 유명해졌다.

그 친구가 또 찾아와 내게 말했다. 
"너에겐 뭔가 여유가 느껴져."
그렇게 말했던 친구는 창업이민을 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후 그 친구의 소식을 들은 것은 한참 후였다. 
사업실패로 친구는 자살하고 가정은 풍비박산났다는 것이었다. 
돈이 될만한 모든 것들에 차압딱지가 붙는 와중, 친구의 유서가 발견되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고 한다. 
"나에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친구의 장례식엔 아무도 오지 않았고 그는 묘지없이 화장되어 이국 바다에 뿌려졌다고 한다. 
친구가 성공했던 이유와 급격히 추락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남의 것을 흡수하는데 굉장히 능했던 그 친구가 더 이상 받아들일 것이 없어 해외로 떠나 혼자가 된 순간 그의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흡수된 것들이 떨어져 나간 그의 정체를 본 가족은 어떻게 대했을까.
내가 그를 만나기 전, 그가 마지막 죽기 전 그의 민낯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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