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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Aug 15. 2017

멀리 길게 천천히 보기

나는 하나의 단편만 보고 그것을 다 안다 속단하고 멋대로 정의내리곤 했다. 그 속도감에 취해 앞으로만 내달렸고 나의 그 성급한 단견에 대한 복기 없이 오늘에 이르렀다.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을 즈음엔 이미 나는 너무 멀리 와있었다. 자만 범벅으로 위선의 가면으로 모두에게 인식된 나. 그런 나는 어느 곳에도 깊이 오래 뿌리내리지 못하고 늘 떠났다. 내가 늘 불안해하며 떠났기에 사람들도 내 곁을 떠나가 결국 혼자 남게 되었다.

이 모든 과오가 무지의 소산인 것은 아니다. 내 가장 큰 잘못은 잘못된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알았으면 바로 인정하고 새로 차근차근 시작하면 되는데. 아무도 보채지 않는데. 느리다고 낙오하지 않는데. 잘 모르면 천천히 알아가면 되는데 그걸 하지 않았다. 게으름과 체면 때문에. 

그 동안 내가 해왔던 라이프 스타일. 네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멋대로 찍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던 그 습관을 버리고 한 문제에 집중하고 그 세계에 빠져보자. 그렇게 세계에서 세계로 옮겨가는 연습을 하다보면 나를 가둔 틀을 깨고 세상에 섞일 수 있을 것이다. 때론 두려울지도 모르고 옛버릇대로 살려할지도 모른다. 얼른 하나를 풀어서 맞추면 남보다 빨리 쉴수 있을텐데하는 유혹이 잦을 것이다. 허나 세계에 동화되는 것을 노동이라 생각하면 늘 내 껍질속에 살 수밖에 없어 나는 그 유혹을 버리련다. 그 편함을 버리련다. 내 세계로 착각했던 내 껍질을 버리련다. 그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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