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의 나이까지는 거울을 보며 이런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 가능했다. 표정에 따라 어려보이기도 순수해보이기도 한 얼굴을 보며 이제 공부만 잘 하면 돼, 대학만 잘 가면 돼, 취업만 잘 하면 돼 하던 때가 엊그제였다.
오늘 다시 거울 앞에 선다. 이마에 칼자국처럼 깊게 파인 주름살이 대여섯개나 보인다. 입옆에 불그스름 자국이 난 팔자주름은 못이라도 박힌 양 손으로 펴도 없어지려하지 않는다. 옆으로 퍼진 얼굴살은 과거 당기면 바로 돌아오던 팽팽함을 잃은지 오래다. 당기면 당기는대로 밀면 미는대로 끌려다닌다.
머리를 걷어 올려보니 헤어라인은 일진일퇴를 반복하며 간신히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마 양끝은 세월의 풍파에 밀려 뒤쪽으로 철수한지 오래다. 다시 전진하라고 톡톡 이마를 두드려보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감각조차 희미하다.
늙음이 찾아오지 않을거라 자신하던 한 때가 있었다. 젊음이 온전히 나의 것이라 믿던 그 철없는 애송이는 어디갔나. 이제는 내 기억속에만 남아있던 젊은이는 온데간데 없고 세월의 풍파에 늙고 지친 초로의 사내만 보이는구나.
이미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진리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인정하는 것이구나. 그런 내가 아직도 영원하리라 자신하는 것이 이제 몇 남아있는가. 부모, 형제, 건강. 더 이상 없구나. 세월이 흘러 놓치기 전에 이 셋이라도 잘 챙기자. 자주 인사하고 자주 얼굴보고 자주 이야기하자. 늙는다는 것이 늦는다는 것이 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