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과 해와 소녀

by 병아리 팀장

바람이 구름에게 말했습니다.
"다시 몸을 갖고 싶지 않니?"
구름이 해에게 말했습니다.
"다시 움직이고 싶지 않니?"
해가 바람에게 말했습니다.
"다시 보이고 싶지 않니?"


***

구름이 몸이 있고 해가 움직일 수 있고 바람이 보이던 시절.
바람, 구름, 해는 한 소녀를 사랑했습니다.

소녀에게 사랑받기 위해 바람은 잘 생긴 외모를 뽐내며 그녀에게 다가오는 모두를 날려버렸습니다.
늘 소녀의 주변을 맴돌며 구애하는 바람에 해는 질투를 하였습니다.
바람을 쫓아내기 위해 해는 소녀 주변을 배회하며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덥고 환한 빛을 견디기 힘들어 소녀는 건물로 들어갔고 바람은 더 이상 소녀에게 다가가지 못하였습니다.

바람을 쫓아낸 후 해는 소녀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가 가는 길을 늘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늘 소녀의 주변을 맴돌며 구애하는 해에 구름은 질투를 하였습니다.
해를 쫓아내기 위해 구름은 해와 그녀 사이를 가로막으며 소녀가 해가 소녀를 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덥고 밝은 빛을 힘들어하던 소녀는 구름 아래 길만 걸었고 해는 더 이상 소녀에게 다가가지 못하였습니다.

해를 쫓아낸 후 구름은 소녀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에게 음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늘 소녀의 주변을 맴돌며 구애하는 구름에 바람은 질투를 하였습니다.
구름을 쫓아내기 위해 바람은 지구 한바퀴를 돌아 새차게 휘몰았고 구름을 소녀에게서 멀리 날려버렸습니다.
그렇게 바람도 해도 구름도 번갈아가며 소녀에게 다가갔다 쫓아내길 반복하던 날들이었습니다.

바람도 해도 구름도 없던 어느 날, 소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해가 자리를 비운 밤 바람이 안보이는 틈을 타서 구름 한점 없는 날에 소녀는 변을 당하였습니다.
바람, 구름, 해는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여
바람은 누구도 자신을 보지 못하게 모습을 가리웠
구름은 자신의 사지를 뜯어내어 모든 하늘에 흩어놓았고
해는 하늘의 천장에 못박혀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누구도 소녀처럼 변을 당하지 않도록 항상 세상을 보살피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시는 다투지 않기로 약속하였습니다.

그녀의 기일 때 셋은 만나 소녀를 추도합니다.
바람이 구름을 몰아 비를 내리고
구름이 해를 가려 음지를 만들고
해는 비를 비춰 무지개를 그립니다.

먹구름이 몰려와 비가 내리고 무지개가 뜬 그 날은
바람과 구름과 해가 소녀를 추억하며 화해하는 날입니다.

***

구름이 바람에게 말합니다.
"몸이 없어도 좋아. 늘 하늘을 배회하며 세상을 볼 수 있으니."
해가 구름에게 말합니다.
"움직일 수 없어도 좋아. 늘 한 곳에서 모두를 비출 수 있으니."
바람이 해에게 말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좋아. 늘 없는 것처럼 누구에게도 다가갈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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