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존재가치를 입증해야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쓸모없는 질문에 답해야하고 답할 수 없는 질문에 고통받는 그런 사회에.
우리 모두 존재는 존재 그 자체로 가치있다고 배웠다. 적어도 그렇게 배우고 생각하고 최소한 12년 학교생활에서는 그렇게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는 그것을 늘 증명하고 살아가고 있다. 직장, 상사, 관계 모두. 돈과 효용만을 기준으로 값을 매기는 사회. 그런 사회는 먼저 태어나고 더 많이 가진 자 외에는 전부 지옥일 것이다.
명견만리 책이 좋은 이유는 그런 현실의 모순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답이 아닌 해답을 구해야 하는 입장과 상황이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호소한다는 것이다. 가르치려들지 않고 누가 더 잘못이라 얘기하지 않고 다양한 잣대로 논점을 흐리지 않고 공동체가 나아갈 길에 대해 느리지만 차근차근 그리고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이 책을 읽고 깨달음을 얻는다든지 인생의 목표가 생기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개인의 부족으로 치부하며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포기했던 여러 구조적인 문제들, 예컨데 공동체, 직업, 가족 등 더불어 살아가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는 기회를 선사하는 책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