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탐정

by 병아리 팀장

평범한 회사원인 내가 부업으로 하는 일이 있는데 일명 사이버 탐정이다. 의뢰인들로부터 특정 인물에 대한 현황, 누구를 만나는지 등을 알아보고 보고하는 일이다. SNS 검색의 한계와 신기술에 대한 무지로 점철된 고루한 돈쟁이들이 나에게 돈을 쥐어주고 옛연인, 첫사랑, 라이벌 등의 현재를 알아봐달라고 의뢰를 한다. 과거에 자신에게 큰 굴욕과 상처를 줬던 인물이나 미련이 남는 누군가를 찾아준다. 컴퓨터실력이 뛰어나고 시간도 많고 생면부지의 사람이기 때문에 행여나 흔적이 남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어떻게 보면 스토커일지 모르지만 나름 내 일에 사명감과 재미를 갖고 임한다. 별다른 사연이 없는 인생인데 남의 인생을 추적하며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을 알고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점은 관찰하는 상대방보다 의뢰인이 더 재밌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겉보기엔 사회적으로 꽤나 안정적인 입지를 다진 사람인데 그들이 찾아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들보다 훨씬 더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럼에도 그들은 믿지않고 더 목돈을 쥐어주며 그들의 과거와 사연, 가족관계 등을 집요하게 추궁한다. 내게는 암만봐도 평범한 그들의 인생인데 의뢰인들에게는 강렬한 과거의 인상과 기억 때문인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더라. 그러면서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용기는 내지 못하고 으흐흐 우스며 애수에 잠긴 눈으로 들뜬 모습이 가관이다.


이 부업의 장점은 의뢰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점이다. 한번 받은 의뢰는 장기 의뢰로 이어지고 어떻게 입소문이 나는지 계속 나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 일을 수년간 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이 사람에게 언제 어떻게 매력을 느끼는지, 시작도 확인도 못한 사람에 대한 실체가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큰 공상이 되는 것인지 알게 된 것이다. 성공하고 찾아가야지, 나를 차다니 반드시 성공하겠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내 의뢰인들의 머릿속에 첫사랑이 얼마나 암적인 존재인지 나에겐 그런게 없다는 게 참 감사하다.


어제 5년전 자신을 찬 여성을 잊지 못하고 이곳 저곳 이직을 전전하다 이름난 대기업에 입사한 과장이 나에게 5백을 쥐어주며 한 여성의 현황을 알아봐달라고 했다. 자신이 이름없는 회사 다닐 때 대학을 다니던 그 여성이 지금은 대학은 잘 졸업했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취업은 했는지 따위의 일이다. SNS 좀만 검색해도 알 수 있는 일을. 허나 컴퓨터를 잘 못해 흔적이 남을까 무서워 나에게 부탁한댄다. 상대방보다 의뢰인이 더 재미있어 일을 맡았다.


SNS 몇번 검색하니 단번에 나오더라. 허나 계정이 비공개라 딱히 이렇다할 정보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자주 사용하는 아이디, 추천으로 뜨는 친구 등을 검색하고 해당 아이디로 여러 매체를 검색하여 그가 올렸을법한 글들을 찾아보았다. 이후 대학, 학원, 구직사이트 등에 해당 정보를 토대로 검색을 해보고 그의 동선을 얼추나마 유추해보았다. 과거의 이력이 몇 개의 점들처럼 파악되었지만 이걸로는 좀 부족하다. 그래서 좀더 심층조사를 해보기로 했다. 그가 속했던 학원, 카페, 모임, 교회 등에 가보았고 신입으로 가입해보았고 한달간 활동하며 그의 평판 등을 확인해보았다. 그러니 대강의 윤곽이 나오더라.


해외유학을 다녀왔다 중간에 그만두고 귀국해 이름없는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치며 시시한 대학의 시시한 남자를 만나 하루하루 나름의 의미부여를 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흔한 청년백수이자 루저. 딱 그 수준의 여자.


의뢰인에게 그간의 조사 내역을 던져주었다. 착수금을 세어보는데 남자는 내가 건낸 사진 속 여자를 물끄럼히 보며 웃으며 울상이 되며 미친 놈처럼 흐느적거렸다. 자기보다 나은 점이 적다는 것에, 자기보다 시시한 놈을 만났다는 것에 안심하며 웃을테고 그럼에도 그를 잡지 못한 자신의 못남과 그 많은 시간을 엉뚱한 상상으로 허비한 것에 울음이 난 것이겠지. 의뢰인은 대상자에 대해 반년에 한번 동향 리포팅과 만나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헤어질 때 연락달라는 등의 요청을 하며 돈봉투를 주고 떠났다. 도박을 못끊는 놈처럼 이런 놈들도 늘 과거를 잊지 못하고 평생 그 주위를 뱅뱅 돌 팔자다. 나는 봉투를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말이 끝나고 깜깜해진 밤을 쳐다보며 집으로 돌아간다. 멀쩡한 사람이 스스로를 추하다고 생각하고 잘난 것 없는 사람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거대한 환각의 세계. 그 덕에 먹고 사는 나는 오늘도 지루한 인간 관찰을 계속한다. 무감정에 취해있어 다행이다.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미친 놈에 기생하는 나의 하루는 이렇게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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