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돈이 전부인 거 같아"라고 말할 때이다. 말하는 얼굴엔 돈 때문에 겪었을 여러 순간을 대변하는 지친 기색이 보이고, 말하면서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듯 약간의 반항적인 감정이 보인다. 이럴 땐 뭐라고 해줘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매일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 코시국임에도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에 올라타고 사적으로 만났다면 말 한마디도 나누기 싫었을 사람과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게 결국 다 '돈' 때문은 맞으니 뭐라고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돈이 전부인가 고민한 순간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격렬하게 부정하고 싶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 돈이 없어 불행한 사람도 있지만 돈이 많아 불행한 사람도 있다고.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많다고. 결국 우리가 돈이 필요한 건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냐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돈이 제일인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이 싫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지금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