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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ossenzersdorf Apr 15. 2016

5. 로마

로마는 수리중

로마로 오는 길에 본 해바라기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밭을 봤다. 뒤에 나오는 토스카나 투어에서 알게 된 건데 해바라기 밭이 그렇게도 넓은 건 이탈리아 사람들이 해바라기 꽃을 좋아해서는 아니었다. 사실 꽃 때문에 그렇게 넓을 수는 없었다. 대체에너지에 쓰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꽃으로 쓸 때는 한창 파릇파릇할 때 수확하지만 여기 심어진 해바라기들은 꽃이 거의 질 때까지 둔다고 한다.


로마의 야경은 이미 한 번 본 적 있었다. 그래서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기대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공사중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광장은 뒤에 있는 건물부터 앞에 있는 분수대까지 몽땅 다 수리중이었다. 계단이야 그대로였지만 나머지는 볼 게 없었다.

트레비 분수도 마찬가지였다. 등 돌려 동전을 던지는 의식으로 유명한 트레비 분수는 공사중이라 물이 없어 동전을 던질 수가 없었다. 전에 왔을 때 트레비 분수는 많은 사람들이 머무르며 보는 장소였지만 이렇게 되니 한 장소에 머물러서 분수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들 그렇게 스쳐갔다. 나야 분수가 정상이었던 때를 기억하니 상관없었지만 같이 갔던 친구들은 아쉬울 만도 했다.

밤에도 많은 상점들이 문을 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야경을 보러 오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무지 비싸다. 여기서 사는 건 전혀 현명하지 않다.

야경 코스의 마지막인 트리톤 분수다. 보통 지하철역 때문에 트리톤 분수가 로마 야경여행의 기점 혹은 종점이 되곤 한다.


사흘 뒤, 판테온에 갔다. 이틀 전 날은 친구들은 바티칸 투어를 갔고 나는 토스카나 투어를 갔다. 전 날은 남부투어를 갔다.


판테온에 간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더운 것보다 낫다지만, 비가 오는 것도 썩 기분 좋지는 않았다. 사진도 잘 안 나오고. 많은 로마의 유적들이 그렇지만 판테온도 현대의 주택들 사이에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면 사진에 있는 걸 실물로 볼 수 있다. 그 외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라보나 분수다. 비오는 날이라 분수 덕에 시원할 일은 전혀 없고 뭐 그랬다. 분수보다 기억에 남는 건 근처의 젤라또 가게였다. 나름 이름있는 가게라고 해서 갔지만 로마의 다른 젤라또 가게에 비해 특별하게 맛있는 건 아니었다. 하긴 비와서 안 덥고 축축한 날 아이스크림이 맛있을 리가. 그래도 앉아서 먹을 자리도 있고 해서 로마의 휴일을 즐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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