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세계에 사는 네모

이세상 모든 네모에게

by 그래미

나는 동그라미 세계에 사는 네모다.


어딜가든 네 모퉁이가 남들에게 거슬린다.


자꾸 뒤쳐지는것도, 자꾸만 동그라미들하고 부딪히는 것도,


네 모서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온힘을 다해 네 모서리를 구겨 동그랗게 보이도록 힘을 준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꽈악 힘을 주고 다녀서 집에오면 땀범벅 머릿속은 하얗다.

누가 뭐라 해도 웃어준다. 힘껏 웃어준다.

누가 뭐라 해도 이해해준다. 힘껏 공감해준다

누가 뭐라 해도 괜찮다고 해준다. 마음쓰지 말라고 해준다.


동그라미들과 함께 힘껏 굴러본다.

나도 너희와 같은 세계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것만 같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래야 부딪히지 않을것 같았다.


집으로 향하는길, 하루종일 구겨져 있던 네 모서리를 하나씩 펴준다.


하지만 주름진 네 모서리는 위로받지 못한다.

더이상 펴지지 않는다.


내일 또 이렇게 구겨져야 해, 내일은 더 동그랗게 되어 달라고 네 모서리에게 말한다.


하지만 나의 모서리는 더 이상 구겨지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모서리의 상한 마음은 서서히 딱딱해져만 갔다.

그 딱딱함이 결국 동그라미 세계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당한다.


너는 아직 완전한 네모가 아니야. 그러니까 너의 필요없는 그 모서리를 잘라버려. 강요당한다.


우리 동그라미 세상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 이해시키려한다. 증명하려 한다. 보여주려 한다.


모서리가 없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고 한다.


네 구겨진 모서리에서 보이는 작은 그림자들이

불편하다고 한다.


동그라미 세상에 잘못 떨어진 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뼈와 살을 깎아내 동그라미가 되는 것 뿐이다.


네 모서리는 자책한다. 왜 하필 네 모서리인지. 차라리 세모였으면 좋았을까.


세모는 채우면 되니까 무엇이라도 좋으니 동그랗게 채우면 되니까.

네 모서리를 깎으려니 너무 아프다고. 끔찍하고 고통스럽다고.


네 모서리들은 매일 밤 소리를 친다.

'제 발 조 용 히 해.'

라고 나는 네 모서리들에게 그 누구보다 단호히 말한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항상 궁금했다.


네 모서리가 기어이 깎기고 만 울퉁불퉁한 동그라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남들과 다른 동그라미에 주눅이 든다.


하지만 네모와 울퉁불퉁 동그라미는 알지 못한다.


네모가 주는 편안함을. 울퉁불퉁한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울퉁불퉁 자기 멋대로 튀어나온 새하얀 구름


태양 열기가 퍼져 나오는 구불구불한 햇님


늦은 밤, 기계조명을 감싸며 뿌옇게 비치는 불빛


달의 움푹 패인 고통에서 발하는 희미한 빛


이 세상은 온통 울퉁불퉁한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그 불규칙적인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그들의 아름다운 세상은


네모난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가,

네모난 테이블에서 삶을 펼치고,

네모난 침대에서 하루를 마친다는것을.


네모의 질서 속에서 안정감을 찾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동그라미들은 알지 못한다.


나는 오늘 네 모서리에게 묻는다.


너가 동그라미였으면

정말 행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