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국립공원 자동차 여행 – 여행 준비, 2편
브런치 독자 여러분! 이번 호부터는 필자가 다녀왔던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8년 전에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지금보다 훨씬 제약이 있었던 때에 다녀온 얘기라 다소 거리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보았던 대자연과, 다녀왔던 루트는 아직도 그대로이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11년 당시 한 달간의 안식 휴직이 주어졌었습니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평생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이므로 평상시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아닌, 뭔가 특별한 여행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심사숙고 후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사실 유럽이 가고 싶었지만,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에 아이들이 너무 어리다는 생각에 자연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답니다. 자, 그러면 지난 호에 소개해드렸던 여행 계획 순서에 맞춰서 필자가 여행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서부여행이라는 큰 틀이 정해졌기에, 이제 구체적으로 여행지를 정하고 그곳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했습니다. 포털 검색창에 ‘미국 서부여행’ 키워드를 넣고 검색을 하면, 이미 여행을 다녀온 블로그 글들을 볼 수 있는데요,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그들이 어떻게 여행을 준비하고 어떤 곳을 여행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여행기를 보다 보면 나도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이 생기게 되기 마련이지요.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은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한 바퀴 돌려면 2주일이 넘는 일정이 걸리고, 또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므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여행지가 대략 정해진 후에는 미국 서부여행 관련 대표 카페에 가입해서 여행지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 당시 필자가 도움을 많이 받았던 곳은 나바호 킴 여행카페(http://cafe.naver.com/navajokim)였습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다시 그 카페를 들어가 보니 회원이 19만 7천 명이나 되었습니다. 회원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정보가 많은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나바호 킴 카페를 가입해서 회원이 되면 모든 글과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서부여행에 유용한 정보들이 많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필독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서부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입했던 또 다른 카페는 알럽 라스베이거스(http://cafe.naver.com/ilovelasvegas)였습니다.
장시간 운전에 지칠 무렵 라스베이거스에 들러 휴식도 취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KA쇼, O쇼)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알럽 라스베이거스 카페에 가입해서 보면 어떻게 호텔을 예약해서 좋은 호텔을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는지, 맛집은 어디인지, 공연 예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자리가 좋은지 등등 각종 노하우들이 있어서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팁은, 유용한 정보라고 판단이 된다면 꼭 기록에 남겨놓아야 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대충 보다가 여행 날짜에 닥쳐서 다시 그 정보를 찾으려 하면, 어떤 블로그나 카페에서 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해져서 결국 원하는 정보를 못 찾고 출발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거든요. 그리고 필요한 것들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두고, 준비물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보고, 나도 꼭 가보고 싶다는 곳들이 하나둘 정해지면 그 장소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 서부는 광활한 곳이라 여행 루트를 효율적으로 짜야하고 숙소의 위치도 잘 잡아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습니다. 필자는 그랜드캐니언, 라스베이거스, 데스밸리, 요세미티, 샌프란시스코는 꼭 가보고 싶었고, 사람들의 여행기를 참고해 메인 목적지들을 가는 길을 주요 동선으로 해 가는 길에 들러 볼 수 있는 서브 목적지를 추가하는 식으로 코스를 완성하였습니다.
LA공항 > 그랜드캐니언 > 모뉴먼트 밸리 > 아치스 > 브라이스캐니언 > 자이언 캐니언 > 라스베이거스 > 데스밸리 > 킹스캐니언 > 요세미티 > 샌프란시스코 > 솔트레이크시티 (비행기로 이동) >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구글맵을 이용해 원하는 목적지의 이름을 한글로 입력하고 길 찾기 버튼을 누르고 추가를 계속해나가면 최대 10군데 목적지까지 루트를 표시해줍니다. 필자의 목적지들을 입력해보면, LA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총거리는 2188마일(3,521km)에 이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글맵을 사용하면 내 여행 동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서 입출국 공항과, 렌터카 픽업, 반납 장소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필자와 같은 일정이라면 LA공항으로 입국해서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렌터카도 추가 비용 없이 LA공항에서 빌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반납하면 되므로 시간과 돈이 절약되어 좋습니다.
목적지를 정한 후에는 디테일한 정보수집에 들어갔습니다. 방문하고자 하는 곳들이 국립공원이라 국립공원 사이트에도 들어가 보고, 또 멋진 뷰 포인트가 어딘지, 트래킹 코스가 있으면 나의 일정에 맞은 것이 어떤 것인지도 확인했습니다. 그랜드 캐니언도 그렇고, 모든 국립공원에는 산책로가 잘 되어있는데,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걸리는 트래킹 코스가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아이들 체력 안배도 중요해서 무리한 일정은 잡지 않았고 특히 여름철에 떠나는 여행이라 더욱 신경을 썼습니다.
필자는 한 달간 안식 휴직이라 휴가기간에 대한 부담은 없는 상황이었지만, 다른 사람과 휴가날짜가 겹치는 것은 피해야 했기에 대상자들과 사전 조율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바로 전날까지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힘들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떠나는 여행이라 나름 뿌듯하기도 하였습니다.
휴가 일정이 결정되고 나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예약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비용 부담이 가장 큰 항공권부터 예약했습니다. 필자가 여행을 계획했을 당시에 사용했던 사이트는 WhyPayMore였지만 지금은 Sky scanner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만약 올해 여름에 미국 서부여행을 계획한다는 가정하에 적합한 티켓이 있는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Sky scanner 사이트에 접속해 원하는 목적지를 누르고, 가는 날, 오는 날, 승객 수를 입력하고 검색을 합니다.
그러면 검색 결과가 나옵니다. (인, 아웃을 달리하려면 왕복이 아니라 다구간을 선택하면 됩니다) 추천순이 있고, 최저가가 있는데,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여행지 도착시간과 항공권 가격입니다. 가격이 좀 더 저렴하더라도 저녁에 도착하는 비행기라면 곤란합니다. 밤에 운전하는 것이 위험하거니와, 1박에 대한 숙박비가 추가로 들기 때문입니다. 공항에 아침에 도착하면 차를 빌려 그 날 저녁쯤에 1차 목적지인 그랜드캐니언에 도착할 수 있고, 저녁 식사 후 멋진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으니 도착시간을 잘 봐야 하겠지요. 또 하나 팁은 직항이 아니라 다른 곳을 들렀다 가더라도 대기하는 시간이 길지 않고 아침에 도착하는 비행기라면 충분히 그 가치가 있습니다.
세 종류의 티켓이 검색되었는데, 필자에게 고르라면 일단 세 번째로 검색된 항공권(차이나 에어라인)은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비행기 표 가격은 가장 저렴하지만 도착시간이 저녁 9시라 그날을 공항 근처에서 보내야 하고 또 숙박비도 추가로 들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하나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은, 렌터카를 빌리는 시간입니다. 낯선 곳에 가서 밤에 운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렌터카는 내 차량이 아니므로 운전에 익숙하지 않아서 자칫 사고가 나기 쉬울 수도 있습니다. 빌린 시간부터 24시간 단위로 요금이 계산되어 시간상으로도 손해고요. 결국, 차이나 에어라인의 비행기 가격은 가장 저렴하지만 스탑오버(체류)해서 피곤하고, 숙소비가 따로 들고, 렌터카 요금까지 더 나오고 등등 필자 생각으로는 최악의 선택입니다.
그럼 남은 것이 1번과 2번인데, 여행 자금이 넉넉하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직항을 선택하면 될 것이고, 여행비가 빠듯한 분들이라면 2번이 낫습니다. 4인 가족 기준 44만 원을 절약할 수 있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시간이 새벽 1시 20분이라 출발 당일을 여행에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항에 3시간 전에 도착한다고 봤을 때 1번은 점심 먹고 바로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 조건이지만, 2번은 저녁까지 먹고 그 날 일정을 알차게 채울 수 있습니다. 필자가 검색한 기간은 극성수기(여름방학, 여름휴가철)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휴가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면 방학기간을 피해서 가는 것이 좋겠지요. 비수기에는 비행기 값과 숙소 값이 훨씬 저렴해서 여행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만약 LA in, 샌프란시스코 out을 할 계획이면 다 구간 조건으로 설정하고 비행기 표 가격을 확인(LA in, LA out과 비교) 후 비슷한 가격이라면 In, out을 달리하고,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면 하루 정도 중간에서 묵고 샌프란시스코에서 1번 국도를 통해 LA로 내려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습니다.
필자가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을 계획했을 때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숙소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안전이 우선이었고, 또 관광지와의 거리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미국 국립공원은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입구에서부터 뷰 포인트까지 2시간 이상 걸리는 곳도 있습니다.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숙소는 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뷰 포인트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크게 절약됩니다. 그런 이유로 성수기에 국립공원 숙소의 예약은 경쟁이 아주 치열한데, 특히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합니다.
필자는 숙소 대부분을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숙소로 잡았습니다. 예약하기 쉽진 않았지만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숙소에 묵으며 느꼈습니다. 그랜드캐니언에서 일몰을 보고,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러 가고…. 특히 아이들이 어리면 깨우기도 어렵고 준비하는데 시간도 많이 들기 때문에, 국립공원 숙소 예약은 필수 사항입니다. 그랜드캐니언 내에 숙소가 여러 곳이 있는데 필자가 묵었던 곳은 야바파이 랏지였습니다. 겉은 허름하지만 내부는 정갈했고 침대 또한 아주 편안했습니다. 특히 일출, 일몰 포인트가 가까워 참 만족스럽던 곳입니다. 예약은 필수이니 사이트(https://www.visitgrandcanyon.com)를 참고하시고, 다른 국립공원들에서 운영하는 숙소들도 참고해서 예약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국립공원 외에 있는 숙소는 Booking.com을 이용했습니다. 잠자리는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저렴한 숙소는 배제했으며, 가족여행 후기를 남긴 사람들의 글을 참고해 조용하고 깨끗한 호텔로 정했습니다.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은 엄청난 거리를 매일 운전해야 하므로 밤에 숙면을 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기에, 방음이 안 된다거나 주위가 시끄럽다는 후기가 있는 호텔은 피했습니다. 참고로, 비슷한 위치와 조건에 방값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조식이 무료인 호텔이 좋습니다. 아침을 공짜로 해결한다는 것, 생각보다 여행을 너무 편안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지요.
자동차로 하는 여행이니만큼 렌터카 선택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여러 렌터카 업체들이 있지만 필자가 선택한 사이트는 Rentalcars.com입니다. Herz가 제일 좋긴 하지만 가격이 조금 더 비쌉니다. 필자가 지금까지 해외여행을 하면서 총 여섯 번(미국 LA, 샌프란시스코, 솔트레이크시티,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아이슬란드)의 렌트를 했는데요, 모두 Rentalcars.com을 통해서 좋은 가격에 예약하였고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풀 커버리지 보험을 들어 접촉사고 시에도 추가 비용 없이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다음 호에는 필자가 경험한 미국 서부여행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