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교를 건너면 소살리토(Sausalito) 섬이 나타나는데 예쁜 상점과 갤러리들이 모여 있어 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기도 했고, 예술가들과 음악가들이 사는 고급스러운 별장들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곳에 자전거를 타지 말고 갓길로 걸어가라는 주의 문구가 있다.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자전거를 끌고 언덕 아래로 내려간다.
소살리토 바닷가에도 어김없이 강태공 아저씨들이 있다. 아저씨는 가오리를 잡았는데 먹지 못하는 거라 그랬는지 바다에 바로 방생한다.
언덕을 내려와 올려다보니 산기슭의 집들이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살리토에서는 자전거를 싣고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스 워프로 갈 수 있는 배가 자주 있어서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맨 먼저 선착장에 들러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배 시간을 미리 알아보고 표를 끊어 놓은 후 배 출발 시간까지 점심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우리는 피셔맨스 워프까지 가는 배를 타야 하는데 약 30분 정도 걸린다.
점심때가 되어 뭘 먹을까 고민하며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맛집처럼 보이는 곳이 시야에 들어온다. 간판도 그냥 햄버거, 심플하다. 가게도 작은데 정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안을 보니 패티를 기름에 튀기지 않고 숯불에 구워낸다. 그게 비결이었을까?
우리 가족도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햄버거를 사 들고 근처 잔디밭으로 간다. 아, 이거 생각보다 너무 맛있네. 자전거를 타고 와서 출출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먹어본 햄버거 중에 최고다. 잔디밭에 앉아서 먹는 햄버거,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참 자유롭고 여유로워서 좋다.
바로 옆 작은 분수대 위에 앉아서 아들이 먹고 있는 햄버거를 호시탐탐 노리는 갈매기 님. 어디를 가나 갈매기 님은 먹을 것을 노리고 계신다. (ㅎㅎ)
간단한 점심을 마치고 근처 동네 골목을 돌아다녀 본다. 작은 빈티지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찬 골목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와인 가게도 보여 들어가 봤는데 관광지라 그런지 가격이 매우 비싸다. 미련 없이 패스~!
미리 티켓을 끊어 놓은 터라 여유롭게 다니다가 시간에 맞춰 배에 탄다.
어제 우리가 피셔맨스 워프 식당에서 창문 너머로 보았던 구름인지 안개인지 했던 것이 소살리토 언덕을 스멀스멀 넘어온다.
자,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배는 출발한다. 멀어지는 소살리토여, 안녕~!
어제 보았던 앨커트래즈 감옥 바로 옆으로 지나간다. 참고로 앨커트래즈 섬은 미 연방정부의 교도소로 쓰였던 섬으로 한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다고 해서 ‘악마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은 섬이다. 주변의 빠른 조류와 낮은 바닷물 온도(7~10도)로 인해서 헤엄을 친다 해도 살아서 탈출할 수 없다고 알려진 무시무시한 곳이다. 형무소가 폐쇄된 후로는 투어 장소로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어서 피셔맨스 워프에서 배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고 예약을 하면 감옥 투어를 할 수 있다.
배 뒤로는 금문교가 점점 멀어지고
배 앞으로는 샌프란시코가 점점 다가온다
도착할 시간이 되어가자 사람들이 자기의 자전거 옆에 서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배는 마침내 피셔맨스 워프에 도착했다.
밖으로 나와보니 근처에 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하던 배를 전시해 놓은 곳이 있다.
입장료를 내고 배에 올라가 보니 함포가 있다. 조준, 발사~
계단을 통해 배 안으로 들어가 본다. 좁은 철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데 여간 불편하고 힘든 게 아니다.
좁은 통로에 빼곡히 차 있는 파이프들 그리고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계단과 통로들, 선원들의 방은 너무나 좁고 불편해 보였다. 흔들리는 배 안에서 가족들을 그리워했을 그들의 외로움이 배 안에 가득한 쇠, 기름 냄새와 함께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이제는 자전거를 반납하고 드디어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트램을 타러 간다. 피셔맨스 워프와 유니언 스퀘어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오르막길로 한참을 걸어가면 언덕이 끝나는 곳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곳이 나온다.
줄을 서서 우리 차례를 기다리다가 소살리토 쪽을 바라보니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언덕 아래쪽에서 올라온 트램이 요 동그란 부분에 정차하고 사람들을 내려놓으면, 건장한 체구의 흑형들이 몸으로 밀어 트램의 방향을 아래쪽으로 돌려준다.
드디어 우리가 탑승할 차례다. 우리 앞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신이 나서 차량 손잡이에 한 손으로 매달려 장난을 친다.
자, 이제 출발~ 생각보다 언덕의 경사가 상당히 가팔라서 그냥 걸어서 올라오려면 정말 힘들 듯 보인다.
저 너머로 바다도 보이고, 정류장마다 트램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마지막 종착역에 내리면 저 위 출발점과 동일하게 생긴 원판이 있고 사람들이 또 길게 줄을 서 있다. 시내 구경을 하다가 저녁을 먹고 나니 금세 밤이 되었다.
다시 트램을 타고 숙소로 이동한다. 야경이 참 예뻤는데 카메라가 흔들려 멋진 사진을 건지지 못했다.
2박 3일 동안 머물렀던 숙소, 코트야드 메리어트. 위치가 정말 좋고 편안해서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숙소다. 아쉬워서 사진으로 남겨본다.
트램이 있어서 더 멋지게 느껴지는 샌프란시스코. 이렇게 짧은 2박의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내일은 필자가 꿈에 그리던 나파밸리 일정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