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의 마지막 코스를 향해 출발한다. 캘리포니아 1번 고속도로 드라이빙이다. 참고로 LA에서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나 있는 도로를 ‘1번 고속도로’라고 부르는데,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넘실대는 에메랄드빛 태평양을 볼 수 있어 자동차 여행자들의 로망이라고 한다. 우리 가족은 몬터레이까지 올라가 다시 LA로 돌아오는 루트를 계획했다. 구글로 확인하니 LA에서 몬테레이까지 여섯 시간 정도 운전해야 닿을 거리에 있다. 이제 그 정도 운전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LA에서 차를 몰고 솔뱅(Solvang, 솔방이라고도 함)이라는 자그만 도시에 먼저 들른다. 1911년 덴마크 이주민들이 정착해 마을을 형성했으며, 솔뱅이라는 이름은 햇볕이 드는 땅(Sunny Fields)라는 뜻의 덴마크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덴마크풍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마을에는 각종 상점과 식당, 빵집 등이 있고 마을 가운데는 풍차도 있어 미국 속 덴마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두 시간 정도 운전해 솔뱅에 도착하니 아기자기한 예쁜 건물들과 화사하게 핀 흰 꽃들이 우리 가족을 정겹게 맞는다. 자그마한 상점들이 좌우로 늘어서 있고, 가운데 도로로는 마차도 지나다니고 저 멀리 풍차도 보인다.
빵집도 유명한지 사람들로 많이 붐비는데 마침 배도 출출해 빵집에 들러 빵을 먹고, 동네를 더 둘러본다.
아기자기한 건물들 사이로 예쁜 꽃들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아름다운 작은 마을 솔뱅을 뒤로하고, 우리는 몬터레이(Monterey)로 향한다. 몬터레이는 샌프란시스코 아래에 있는 어촌 마을인데 정어리 어업과 통조림 가공업을 주로 하던 곳이 관광지로 개발되었고 몬터레이 아쿠아리움이 들어서면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바닷가 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나오는데 엄청나게 많은 갈매기가 텃세를 부리듯 자동차 위에 앉아있다. 덩치가 정말 크고 무섭게 생긴 갈매기들이 똭~! 눈이 마주칠까 무섭다. (^_^)
발길을 돌려 마을 쪽을 구경해본다. 작은 마을이지만 아기자기한 관광품 가게들 사이로 관광객들이 넘친다.
바닷가 쪽으로 가보니 몬터레이만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바다 해초(Kelp)들을 볼 수 있다.
바다 표면까지 떠올라 좀 지저분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저 해초들 덕분에 몬터레이는 지구 상에 얼마 남지 않은 해양생물의 천국이 되었다고 한다. 여름철이면 해양 생물들이 가장 많이 모여든다고 하는데, 혹등고래나 흰 긴 수염고래까지 이곳으로 찾아온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해저협곡이 바로 몬터레이 앞바다에 있는데 협곡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물에 풍부한 플랑크톤이 있고 그 양질의 먹이를 먹고사는 작은 물고기들이 밀림처럼 빽빽한 해조류들을 은신처 삼아 살아가니 큰 물고기들도 덩달아 몰려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보물 같은 몬터레이 앞바다는 오래전에 황폐해질 뻔했다고 한다. 풍부한 먹이 때문에 많은 수의 해달(Sea Otter)이 살고 있었는데 모피 가죽을 얻기 위해 해달을 남획하기 시작하였고 급기야는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 거의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해달이라는 녀석이 몬터레이 풍요로운 바다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당시 사람들은 잘 몰랐었다. 해달의 개체 수가 줄어들자 해달의 주요 먹잇감이었던 성게의 개체 수가 엄청나게 불어났으며, 성게의 주요 먹이인 해조류 또한 거의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해조류가 줄어들자 은신처 삼아 살아가던 작은 물고기들도 자취를 감추고, 작은 물고기들을 먹고 살아가던 정어리나 기타 물고기들도 사라져 몬터레이 바닷가는 황량하게 변했다고 한다. 이에 해달 포획을 금지하고 개체 수를 늘리고 환경을 복원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한 결과 해달이 늘어났고, 늘어난 해달이 성게를 잡아먹어 해초가 늘어났고, 떠났던 작은 물고기들이 다시 돌아와 지금처럼 풍요로운 바다를 되찾았다고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 환경복원 활동으로 기록되었다고 하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여기서 몬터레이 바다의 주인공 해달을 한번 보고 가자. 구글에서 찾은 사진인데 카약을 타고 몬터레이 앞바다를 다니다 보면 해조류에 몸을 감고 잠을 자는 해달을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조개 등의 먹이를 배에 올려놓고 먹는 장면도 볼 수 있다고 하니, 몬터레이에 가면 꼭 카약을 타야 할 일이다.
자, 이제 맛집을 향해서 출발!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The Fish Hopper 레스토랑이다.
몬터레이만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인데 저녁을 먹기엔 좀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다양한 음식을 시켜본다. 대표 음식인 클램 차우더 수프, 스테이크, 해산물 요리….
클렘 차우더가 들어 있는 빵을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둘째를 바라보는 첫째의 표정이 재미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산책을 좀 하다가 숙소로 가려고 주차장으로 왔는데 우리 차 위에도 갈매기 님이 계신다.
숙소로 가는 길에 몬터레이 바다에도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바닷가 공원이 예뻐 잠시 들러 사진을 찍어본다. 저녁노을이 예쁘게 내리는 몬터레이 바닷가.
즐거워하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남기고 싶어 셔터를 눌렀는데 사진이 너무 어둡게 나왔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색 보정을 거쳐 건진 사진!
날이 어두워져 다시 차를 몰로 해안 도로를 달리는데, 글쎄 몬터레이만 너머 산 위로 달님이 빼곡 얼굴을 내미신다. 달이 정말 크고 동그랬는데 사진기로 담으니 많이 작아 보인다.
몬터레이 마을의 집에 하나둘씩 불이 켜지고 그 위로 두둥실 떠오르고 있는 둥근 달님은 하나의 그림 같았다. 조금 더 어둠이 내려앉자, 달은 더 높이 둥실 떠오르며 풍요로운 몬터레이 바다를 환히 비춘다. 해달들도 해초에 몸을 감고 누워서 떠오르는 달님을 보고 있으려나. 정말 아름다운 밤바다 풍경이었다.
이제 내일은 17마일 드라이브와 외로운 사이프러스 나무를 보고 Highway No.1 도로를 타고 태평양을 보러 간다.